에어부산 소멸 들끓는 부산 “제2의 허브 반드시 구축”
진에어에 흡수합병 거센 후폭풍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 사활
산은, 6년 전 한진 지분 다툼 참여
“LCC 재편 지방공항 활성화” 약속
대한항공 결정에 핵심 변수로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에어부산의 진에어 흡수 합병으로 부산이 지역 거점항공사를 잃게 됐다. 통합 진에어 본사의 부산 유치가 마지막 대안으로 남으면서 한국산업은행이 마지막 변수로 부상했다. 산업은행은 2020년 LCC 3사의 단계적 통합 방침을 밝히면서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제2의 허브(세컨드 허브) 구축을 약속한 바 있다.
24일 에어부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체결된 합병 계약에 따라 부산 강서구에 본점이 있는 에어부산은 ‘소멸회사’가 된다. ‘존속 회사’인 진에어는 서울 강서구에 본점이 있다. 진에어 정관에도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부산시와 부산 지역사회는 통합 진에어의 본점 위치를 변경하는 통합 LCC 본사 유치를 요구한다.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은행 부산 유치와 관련해 벌어졌던 ‘정관 변경’ 문제가 진에어에서 반복되는 셈이다. 산은의 경우 정관 개정을 위해선 산은법 개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현 여당)이 반대하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산은 부산 유치는 불발됐다.
산은은 통합 LCC 부산 유치에서도 핵심 변수가 됐다. 산은이 2020년 당시 대한항공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 지분 다툼에 직접 뛰어들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면서 정책자금 지원의 명분으로 “지방공항 세컨드 허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산은은 2020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 보도자료에서 “LCC 3사(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단계적 통합으로 국내 LCC 시장 재편과 지방공항을 기반으로 한 세컨드 허브 구축 및 통합 후 여유 기재를 활용한 지방공항 출도착 노선 확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강조했다. 통합 LCC의 모항을 지방공항으로 만들어 인천공항에 이은 ‘세컨드 허브’ 공항을 만들겠다는 설명이었다. 세컨드 허브가 부산이 될 것이라는 데는 당시 국토교통부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산은이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여전히 한진칼 지분 10.58%를 갖고 있고 한진칼에서는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로 조 회장의 지배력이 다시 위협받고 있다. 산은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통합LCC 본사 이전에 대한 입장 표명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부산시도 통합 LCC 본사 유치를 위해 대한항공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민간 기업의 결정을 대상으로 하는 협상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진에어 본사 문제는 실제로 대한항공이 결정할 사안인데 대한항공이 시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상태”라면서 “대한항공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산은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해 격렬하게 반발했던 산은이 진에어 본사 이전에 대해서도 ‘어깃장’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에도 산은은 통합LCC 본사 입지에 대해 ‘개별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 맞다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줄 당시 ‘세컨드 허브 구축’은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정치적 상황도 쉽지 않다.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강력 반대했던 김민석 당시 의원은 국무총리에 이어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올랐다. 진에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서구 현역 의원도 한정애 민주당 사무총장, 진성준 전 민주당 정책위 의장 등 여권 핵심이다. 이들이 진에어 본사 이전에 반대할 경우 이를 뒤집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해온 청와대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해 지방공항 세컨드허브 구축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