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 꼼짝 못 하는 지방의원? 총선서 제 목소리 낸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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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거부 등 이례적 의사 표명
금정 광역·기초 전원 백종헌 지지
사상 '장제원 복심' 김대식 세 결집
일부 지역 현역과 대립각 등 혼란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이 수평적인 동반자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의원이 자발적으로 나서 현역 의원을 지지하거나 비토하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금정구 소속 국민의힘 광역·기초의원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현역 백종헌 의원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의원 2명을 비롯해 금정구의회 전체가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백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지내며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모두 대승으로 이끌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개혁 과제를 이행할 책임자”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 백 의원이 선관위 후보 등록 때도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백 의원은 “나 역시 시의원 출신이어서 지방의원과 국회의원과의 관계와 어려움을 잘 안다”면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최대한 따뜻하게 후보들을 대하고 최대한 소통하려고 한 결과가 이렇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방의원의 단일대오는 지난달 사상구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사상구 소속 국민의힘 광역·기초의원 전원이 김대식 예비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 의사를 전한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에 대한 지지가 ‘장의 복심’ 격인 김 예비후보에게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김 예비후보는 “사상구 의원들이 낙동강 벨트를 사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발 벗고 나서줘서 효율적으로 선거유세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금정구와 사상구의 이 같은 지방의원 단일대오는 타 선거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당장 동래구만 해도 지난 지방선거 공천 잡음의 여파로 구의회 의장이 현역 김희곤 의원 대신 서지영 예비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전직 지방의원들이 예비후보 캠프마다 터를 잡은 상태다.

사하구에서는 지난 5일 전직 구의원 6명이 국민의힘 정호윤 예비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현역 조경태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조 의원 측 현역 의원들은 하루 뒤인 6일 곧바로 조 의원을 옹호하는 지지선언을 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번 주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부산과 울산을 대상으로 면접 심사에 들어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집단행동이 지역구 내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수직적이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모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병풍’ 정도로 여겨지던 지방의원도 개개인이 선거조직을 보유하고 선거철을 맞아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 여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공천 과정서 예전처럼 전권을 휘둘렀다가는 총선에서 큰코다치는 일이 지속해서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제는 국회의원도 지방의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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