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1년간 1만 5760시간… 봉사로 채워진 일상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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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봉사회 안정애 부산시협의회 회장

2021년부터 협의회장 맡아
동 지역 신규 봉사회 결성 추진
젊은 봉사원 유입 방안 고민
“봉사원 정년 77세까지 활동”

안정애 대한적십자봉사회 부산시협의회 회장은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애 대한적십자봉사회 부산시협의회 회장은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만 5760시간’. 안정애(63) 대한적십자봉사회 부산시협의회 회장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쌓아 온 봉사 시간이다.

“집 현관에 가방 하나가 항상 걸려 있어요. 그 안에는 봉사원복, 고무장갑, 면장갑 등 재난 구호 현장 봉사에 필요한 물품이 들어 있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곧바로 들고 나갈 수 있는 ‘봉사 가방’이지요. 매일 가방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습니다. 물론 그 가방이 많이 쓰이지 않는 게 제 바람이지요.”

대한적십자사 봉사회는 평소에는 취약계층 세대와 희망풍차 결연세대를 방문해 생필품 등을 전달하고 말벗이 되어 주는 정서적 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가 급식, 세탁, 청소, 심리적 응급처치를 돕는다.

안 회장이 봉사를 시작한 계기는 교통사고였다. “생사를 넘나들다가 48시간 만에 깨어났습니다. 새 삶을 얻었으니 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사고 후유증으로 처음에는 등도 제대로 펴지지 않았는데, 봉사하면서 몸과 마음이 차츰 나아지더라고요.”

2021년 부산시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안 회장은 지난해 회원 추대로 회장직을 연임했다. 임기는 2025년 2월까지다. “제 일상 자체가 봉사 활동으로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족의 이해와 응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요. 재난 현장을 찾을 때는 집을 며칠씩 비우기도 하니까요. 대신 집에서는 더 부지런하게 움직입니다. 오전 6시에 나가야 하면 4시에 일어나서 할 일을 해놓지요.”

안 회장은 “봉사는 중독 같다”며 웃었다. “몸이 아파서 내일은 도저히 못 나가겠구나 싶어도 다음 날이 되면 나가게 되더라고요. 일종의 선한 영향력인지 잘 아프지도 않습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예정된 봉사에 빠졌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봉사회에 소속돼 봉사하는 것에 대해 ‘같은 길을 가는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군대 생활 함께한 전우애처럼 재난 현장에서 함께하다 보니 우리는 봉사애가 있어요. 매년 바자회를 열고 그 수익금으로 1000만 원씩 특별회비를 내고 있는데요, 이렇게 함께 이룰 수 있다는 것도 보람 중 하나입니다.”

부산시협의회 소속 봉사원 수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1만 명이었지만 지금은 8000명 정도로 줄었다. 안 회장은 임기 중 1만 명 채우기가 목표라고 했다. “올해 동 지역 신규 봉사회 결성에 집중할 계획이고요. 청소년적십자(RCY) 졸업 이후 연계 프로그램 등 젊은 봉사원 유입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적십자 설립 160년, 대한적십자 창립 119주년, 부산적십자 창립 75주년이다. “부산은 피난 시절부터 봉사 활동을 했으니까 역사가 깊어요. 청소년적십자도 부산에서 만들어졌고요. 최근 열린 대한적십자사 제1회 요리경연대회에서는 부산이 대상을 받았어요. 재난 현장에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으면서 영양도 챙긴 들깨 볶음밥을 선보였지요.”

안 회장은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나를 가장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삶이 팍팍하다 보니 남을 도울 시간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제빵 봉사나 심폐소생술 봉사 등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봉사가 많으니 관심을 가져 주세요. 적십자 봉사원 은퇴 나이가 만 77세입니다. 노란 조끼를 벗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할 겁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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