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버티는 착한 식당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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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끊기고 치솟는 물가고에
1000원 식당 “15년 만에 최악”
30년 사상 무료급식소 문 닫아

25일 부산 동래구 1000원 식당 ‘기운차림식당’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 25일 부산 동래구 1000원 식당 ‘기운차림식당’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변은샘 기자 iamsam@

25일 오전 11시 30분께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기운차림식당’ 앞은 순식간에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매일 이 시간, 기운차림식당은 1000원짜리 식사를 내놓는, 이른바 ‘1000원 식당’이다. 이날 반찬은 된장국과 열무김치, 두부조림, 김치였다. 한때 고기반찬도 내놨지만 요즘은 재룟값이 뛰어 엄두를 낼 수 없다. 대신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두부, 버섯, 어묵 등이 돌아가며 밥상에 오른다.

이날 식당 벽에 걸린 후원 칠판에는 쌀 20kg, 핫바, 코다리만이 적혀 있었다. 전날 코다리를 문안에 밀어 넣고 간 시장 상인이 아니었다면 더 썰렁할 뻔했다. 후원 칠판에는 지난해만 해도 쌀, 현금, 배추 등 후원 물품이나 성금이 적지 않게 적혔다. 이런 주민들의 후원으로 그나마 식당이 지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기부 물품과 기부금은 전년보다 70%가량 줄었다.

기운차림식당 김채하 단장은 “15년째 식당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렇게 사정이 어려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털어놨다.

부산 시내 무료 급식소나 ‘1000원 식당’이 치솟는 물가에 후원마저 급격하게 줄면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저렴한 채소류로 식단을 대체하거나 이용자를 제한하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이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사상구에서 30년간 무료 급식을 해왔던 ‘사랑의 무료급식본부’는 최근 급식을 중단했다. 코로나19로 변곡점을 맞은 후원금은 점차 줄어들더니 올해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수준이 됐다. 재룟값마저 배로 늘면서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 급식본부는 올해 초부터 시급한 어르신 위주로 이용자를 제한해 빵과 우유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변경했다. 급식본부 관계자는 “급식을 중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며 “후원도 끊기고 자원봉사자 발길도 끊기면서 급식을 이어갈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간 무료급식소와 식당들은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100%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지자체 지원도 한정적이다. 가스비, 전기세 같은 기본 유지비부터 식재료까지 치솟는 가운데 후원금이 대폭 줄다 보니 운영이 버겁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채소류와 과일류의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요인이다. 채소류는 전년 대비 12.3%, 과일류는 41.2% 상승했다.

재룟값 상승은 무료급식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20년째 무료급식을 하는 금정구 이랑공동체 희망급식소는 저렴한 야채 위주로 메뉴를 구성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희망급식소 황경수 소장은 “부추 가격이 훌쩍 뛰면서 단골 메뉴인 부추전을 못 내고 있다”며 “비싸진 오이, 호박 등은 메뉴에서 뺐고 저렴한 채소 위주로 반찬을 만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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