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의견 갈리는 ‘0기 유방암’ 치료, 최선책은?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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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상피내암 이해와 치료법
나라·의사마다 수술 견해 제각각
소엽 상피내암 치료 둘러싸고 혼선
불필요한 수술 하지 말자는 신중론
“관찰하다 침윤성 암 발견 때 수술”
“암 진행될 가능성 10배 이상 높아”
위험 부담 줄이려는 절제술 주장도
항암 방사선도 필수 아니고 선택

좋은문화병원 유방암센터 유동원 소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유방암 상피내암은 0기 암이다. 겉으론 증상이 거의 없는데 유두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두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올 수가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좋은문화병원 유방암센터 유동원 소장이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유방암 상피내암은 0기 암이다. 겉으론 증상이 거의 없는데 유두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두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올 수가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암세포가 상피 내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를 제자리암이라고 한다. 주변 조직으로 침범하지 않은 상태로 ‘상피내암’으로도 불린다. 흔히 말하는 0기 암이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등에서 상피내암이 자주 발견된다.

유방암 0기로 진단받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 환자 입장에선 치료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지켜봐도 되는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0기 유방암이 암에 해당되는지, 암이 아닌지 의견이 엇갈리지만 리스크가 매우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소엽 상피내암은 암인가?

유방 조직은 유즙을 생성하는 유엽(소엽), 생성된 유즙이 흐르는 유관,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실질조직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유엽에 생기는 악성질환이 소엽 상피내암과 소엽암이다. 소엽 상피내암은 유엽에 생기는 0기 암이라 생각하면 된다. 치료도 0기 암에 맞춰서 하면 된다.

유방암 0기는 견해에 따라 ‘유방암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고, ‘유방암의 전 단계’로 볼 수도 있다. 암이 이미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앞으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 대처 방법은 아주 다를 수가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 미국에서 소엽 상피내암을 0기 유방암에서 제외시켰다. 암보다 한 단계 낮은 양성증식성 병변으로 분류를 하면서 치료 방법에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여전히 소엽 상피내암을 0기 유방암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 간에도, 전문의에 따라서도 치료법이 다르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과를 관찰할까? 수술적 치료를 할까?

포도로 비유하자면 포도송이에 해당하는 것이 유엽이고 포도줄기에 해당하는 것이 유관이다. 유엽에서 어떤 이유든지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게 되면 혹이 생기게 되고 증식이 계속 일어나면 비정형 소엽증식증이라는 이상 소견이 발견된다. 여기에서 계속 비정상적인 증식이 진행하면 소엽 상피내암이 생기고 기저막을 뚫고 나가면 소엽암이 된다.

소엽 상피내암은 양쪽에서 다발성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진단이 되면 유방의 다른 부위에도 병변이 있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겉으로 증상이 거의 없는데 유두에 덩어리가 생기거나 유두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올 수가 있다.

소엽 상피내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경과 관찰을 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수술적 치료를 할 수도 있다. 의사와 상의해서 환자가 선택할 문제다.

먼저 경과 관찰을 하는 선택에 대해 알아보자. 아직은 암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추적관찰하면서 경과를 보다가 나중에 침윤성 소엽암이 발견되면 그때 가서 수술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15년 이상 경과를 관찰했을 때 21%에서 침윤성 암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은 결정 과정에서 감안해야 한다. 특히 조직검사에서 소엽 상피내암이 진단된 경우 추가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경우 수술 검체의 0~50%에서 침윤성 암이나 유관 상피내암의 동반된다는 보고도 있다. 소엽 상피내암이 발견되면 침윤성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10배 이상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다른 선택으로 수술적 치료를 결정할 수도 있다. 소엽 상피내암이 발견됐을 때 그것이 진짜 암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적 종양절제술을 하는 것이다. 상피내암 조직이 있는 주변의 혹을 떼어 내는 수술이다. 상피내암이 있는 조직 주변을 2mm 마진을 포함해서 절제해 낸다. 수술적 종양절제술을 통해서 암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마음 편하게 생활하겠다는 것이다. 수술적 종양절제술을 한 후에도 최종적으로 참윤성 암이 아니고 소엽 상피내암으로 확인되면 더이상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수술을 선택하더라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수술을 결정하면 침윤성 암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

좋은문화병원 유방암센터 유동원 소장은 “수술을 하지 않고 추적 검사를 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더 힘든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 주고 리스크를 없애는 완벽한 치료를 원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결정할 수 있다. 주치의와 환자가 신중히 결정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암·방사선 치료 해야 되나

주치의 판단에 의해 고위험이 없는 소엽 상피내암은 관찰만 하기도 한다. 조직검사에서 나타난 소엽 상피내암이 구조상 이상이 없고 미세 석회화도 없으며 유두종과 방사선 반흔 등의 고위험 징후가 없으면 수술 없이 관찰을 고려할 수도 있다.

방사선 치료와 항호르몬 치료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려할 수는 있다.

항암치료 역시 환자의 판단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발병 위험을 줄이고 환자의 불안감을 낮추는 차원에서 항암치료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엽 상피내암이나 비정형 증식증이 있는 환자에게 타목시펜을 투여하면 이차적 침윤암의 발생 위험도를 감소시켜 준다.

유동원 소장은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 여성에서는 브라카 유전자 검사에서 변이가 확인되면 추척 관찰, 타목시펜 복용, 예방적 양측 유방전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고위험군 여성에서 유방전절제술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약 90%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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