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정 갈등에 민심 외면… PK는 보수 결집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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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완승 배경

윤 대통령 '대파 논란' 표심 악영향
의료 공백에 정부 중재 능력 회의
40%던 국정 지지율 30%대 추락
거센 야권 바람에 부산 판세 요동
막판 여당표 쏟아져 민주 아쉬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부산 부산진구청 백양홀에 마련된 부암1동 제4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었지만, 유권자는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 갈등 정국과 경제 악재에 정권심판론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범야권의 약진에 부산에서는 보수 결집이 이루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은 미풍에 그쳤다.

■고물가에 의정 갈등 장기화

범야권의 완승은 사실상 고물가로 대표되는 경제 악재 영향이 컸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횟수로 3년째를 맞았다. ‘세계의 밀밭’이라 불리던 우크라이나가 전화에 휩싸이면서 세계 경제에 연쇄적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이라는 쓰나미가 덮쳤다. 지난해에는 설상가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까지 더해지며 기름값까지 출렁였다. 고금리에 끝이 보이지 않는 고물가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총선에서 큰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지난달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았다가 ‘대파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대파를 핑계로 한 정쟁으로 치부하기엔 체감 경제 상황이 최악이다. 지난 2월과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 뛰면서 사과와 배 가격이 정부 조사 이래 역대 최대 수준으로 뛰었다. 다급한 정부가 긴급 물가 안정자금에만 1500억 원을 투입했지만, 과일 가격이 가라앉으면 양배추 가격이 튀는 식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는 곳곳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실마리를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도 총선 전 수습에 실패하면서 집권 여당의 발등을 찍었다. 수십 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에 칼을 대려는 윤석열 정부의 시도는 초반 긍정 여론이 80%에 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실어주던 국민 여론은 갈등 국면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정원 확대에 못을 박아야 한다’던 목소리가 잦아들고 ‘정부와 의료계가 내분을 극복하고 단일화된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선 현장에서는 의료 공백으로 인한 불편과 불안감이 확대됐지만 의료계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정부의 갈등 중재 능력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도리어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부가 실마리를 풀어내기보다 전공의에게 협상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이반 현상이 일었다. 결국 40% 고지를 되찾았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주 내내 하락세를 보이며 30%대로 회귀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부산에선 ‘샤이 보수’ 결집

여당의 중앙발 악재는 지역구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 비명횡사 논란으로 바닥을 쳤던 민주당은 곧바로 태세를 정비하고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권심판론의 불을 지폈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표심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나오면서 총선 정국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하고 민주당 안팎에서 ‘범야권 200석’ 언급이 나오면서 PK 보수층이 막판 결집해 부산의 판세는 요동쳤다.

사전투표율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하며 ‘야당 바람’은 한층 더 강하게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반대였다. 개표 초반 봉인을 뜯은 사전투표함에서는 출구조사 결과와 다르게 PK에서는 야당 표가 쏟아지지 않았다. 야당 지지층이 선호한다는 통념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 지지층이 대부분 사전투표장으로 몰려 나갔다는 의미다.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온 인사 위주로 공천을 한 부산 민주당은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선전을 했지만, 기대했던 성적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매번 총선 후보를 구하기 힘들던 예년 총선과 민주당은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경선을 치르며 두터워진 인력풀을 자랑했다. 그 결과 전직 구청장이나 장기간 지역위원장을 맡아온 후보들이 총선 전면에 나섰다. 보수 세가 강하던 부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과 팽팽한 승부를 펼치는 계기가 됐다. 부산 민주당으로선 전국적인 정권 심판 바람이 부산에선 보수 결집이란 악재로 작용한 것이 뼈아팠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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