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싱크 음악’으로 수익 올리는 방법 ‘눈길’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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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 첫 번째 세미나
싱가포르에서 온 영화음악가
그레고리 탄이 들려준 이야기

지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 콘텐츠 코리아랩 5층 복합공간에서 열린 ‘할리우드를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음악 콘텐츠를 만들며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지속 가능한 음악’ 세미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 콘텐츠 코리아랩 5층 복합공간에서 열린 ‘할리우드를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음악 콘텐츠를 만들며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지속 가능한 음악’ 세미나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할리우드에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작곡가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 콘텐츠 코리아랩 5층 복합공간. 50여 명의 참석자들은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싱크 음악’ 작곡가 그레고리 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탄은 자신을 “영화음악, 영화 트레일러, 광고 트레일러를 쓰는 데 특화된 작곡가”라고 소개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싱크 음악으로 특화된 작곡가는 2명에 불과하고, 싱크 음악이 영화음악 작곡가에겐 하나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는 20~30대가 다수를 이뤘지만,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는 어르신도 여러 명 눈에 띄었다. 음악 혹은 작곡을 전공한 사람, 음악과는 전혀 무관한 듯하지만, 음원 사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유튜버들도 다수 참석했다.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부산시의 ‘월드클래스 문화예술 분야 글로벌 리더’ 청년으로 선정된 안후윤(아트우드 프로덕션 대표) 영화음악 작곡가가 마련한 ‘월드클래스 글로벌 네트워킹 시리즈 인 부산’ 첫 번째 세미나. ‘할리우드를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음악 콘텐츠를 만들며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지속 가능한 음악’을 주제로 다뤘다. 그리고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주선했다.

이날 초청 멘토로 나온 영화음악 작곡가 그레고리 탄. 김은영 기자 key66@ 이날 초청 멘토로 나온 영화음악 작곡가 그레고리 탄. 김은영 기자 key66@

싱크 음악이라는 분야도 생소했지만, 이걸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흔히 싱크는 영화나 광고, TV 프로모션, 게임 등에 배경음악으로 삽입하는 것으로 ‘싱크로나이제이션(syncronization)’의 줄임말이다. ‘사운드를 그림과 일치시켜 배치하는 작업’을 뜻하는 영화용어이기도 하다. 탄은 싱가포르에 살면서도 미국 할리우드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 것일까.

“싱크 음악 작곡가가 주로 일하는 기업은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입니다. 이들은 작곡가와 직접적으로 일하는 클라이언트는 아닙니다. 작곡가는 대개 ‘뮤직 퍼블리셔’, 즉 음악 출판사를 통하게 됩니다. 즉, 뮤직 퍼블리셔는 제 음악을 팔아주는 영업자인 셈입니다. 대기업에 제 음악을 피칭하고 대신 팔아주고, 커미션을 받아서 저와 분배하는 구조이죠. 보통 퍼블리셔와 50 대 50으로 나눠 갖습니다.”

탄은 싱크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 외에도 △싱크 음악 제작 △영화음악과 싱크 음악의 차이점 △내 음악 피칭하는 실전 방법 △음악 비즈니스의 최신 동향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예시를 보여 주며 설명했다.

“싱크 음악에는 보통 인트로, 테마, 클라이맥스로 구성되는 3가지 파트가 있습니다. 싱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이 음악이 얼마나 편집하기 쉬운가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3가지 파트 사이사이에 브레이크(휴식)가 있습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는 사일런트(조용한) 구간을 집어넣게 됩니다. 그러면서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 작곡가의 중요한 역량입니다.”

영화음악과 싱크 음악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싱크 음악과 영화음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영화음악이 프로덕션 예산 안에 들어가는 반면, 싱크 음악은 마케팅 예산에 들어갑니다. 영화음악은 대개 하나의 영화만을 위해 특별히 쓰여진 곡으로, 영화 장면을 보지 않고 음악만 들으면 이게 무슨 음악이지 할 때가 있지만, 싱크 음악은 좀 더 보편적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음악을 가지고 여러 프로젝트에 여러 번 재사용 가능합니다.”

싱가포르 영화음악 작곡가 그레고리 탄이 자기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싱가포르 영화음악 작곡가 그레고리 탄이 자기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

탄이 만든 비디오 게임 트레일러 ‘워크래프트’ 등 여러 편을 감상했다. “트레일러(예고편) 음악을 들을 때 또 하나의 특징은 사운드 이펙트 뒤에 배경음악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음악은 굉장히 드라마틱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화면 장면과 싱크 음악이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틱하게 여겨졌다.

뮤직 퍼블리셔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기 경험을 공유했다.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구글 검색에 ‘음악으로 돈 버는 방법’을 쳤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100명 정도 되는 퍼블리셔에게 직접 이메일로 연락했습니다. 돌아온 회신은 3명이었고, 그중 1명만 오케이했습니다. 프로듀서들의 ‘노(no)’라는 거절이 업계에선 워낙 흔한 일이니까 여러분도 마음 상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계속 도전하십시오.”

마침내 탄은 워너채플뮤직과 퍼블리셔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것조차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 할리우드 뮤직 퍼블리셔와 같은 나라에 살지 않기에 이메일 접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링크드인이나 IMDb로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메일은 최대한 간결하게 보내기 바랍니다. 학력이나 외모,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3가지 트랙에 대한 스트리밍 링크를 보내면 충분합니다. 3개의 예시를 보고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더 보내달라고 직접 요청할 것입니다.”

‘할리우드를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음악 콘텐츠를 만들며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지속 가능한 음악’ 세미나가 끝나고 주최자, 초청 멘토들이 함께한 가운데 ‘Q&A’를 진행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할리우드를 가지 않고도 할리우드 음악 콘텐츠를 만들며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방법-지속 가능한 음악’ 세미나가 끝나고 주최자, 초청 멘토들이 함께한 가운데 ‘Q&A’를 진행하는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탄은 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는 수익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마나 많이 버냐고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정말 다양합니다. 수익률 편차가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서 비디오 게임의 경우 이 싱크 음악이 어디에 올라가는지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소셜미디어용이라면 조금 적을 것이고, 광고용이라면 조금 더 많이 받습니다. 만약에 할리우드 영화 같은 경우라면 수천만 원에서 1억 원대까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한 편의 영화에는 8개에서 13개의 트레일러를 만드는데, 편당 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편 탄은 할리우드 영화음악 예고편(분노의 질주9, 쥬라기 월드:도미니언, 피파 월드컵,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게임 음악(워크래프트) 그리고 국내 TV 방송(도시어부, 골 때리는 그녀들) 싱크 음악을 만들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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