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세계 곳곳서 ‘기생수’ 리메이크 나오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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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작 만화 바탕으로 제작
비대중적 감독의 대중적 작품
매 작품 작업 과정이 투쟁 같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든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든 연상호 감독

“세계 각지에서 리메이크작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만든 연상호 감독의 말이다. 천만 영화 ‘부산행’(2020)으로 잘 알려진 연 감독은 사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 등을 만든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연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 ‘기생수’를 새로운 영상 콘텐츠로 펼쳐냈다. 연 감독은 “어릴 때부터 좋아한 작품을 순수한 팬의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 감독은 원작 만화의 세계관을 한국으로 확장해 스핀오프 형태로 제작했다.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과 이를 소탕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관계와 조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조직을 만들어서 공생의 형태로 살아가요. 모든 조직에서 탈락한 인물이 기생 생물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조직에 스며든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직접 소통이 불가했던 두 인물이 서로를 인정하는 관계로 거듭나는 것도 중요하게 그리고 싶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연 감독의 작품에는 괴물과 좀비 같은 기괴한 형태의 크리처가 자주 등장한다. 눈에 띄는 건 감독이 이런 크리처를 단순히 기괴함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종교·사회 문제와 버무려 현실 곳곳의 여러 모습을 함께 비춘다. 연 감독은 대중의 선호와 다소 거리가 있는 ‘연상호 감성’이 통하는 게 가끔은 기묘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제가 좋아하는 B급 세계가 요즘 왜 인기를 끄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대중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중을 향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게 참 이상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매번 일하는 게 투쟁적인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언젠가 제 감성이 대중의 합과 전혀 맞지 않는 시기가 오면 그땐 정말 비대중적인 작품을 하면서 지내게 되겠죠.”

하지만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 감독은 ‘다작’으로 유명한 연출자 겸 제작자다. 지난해 초에 나온 넷플릭스 영화 ‘정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지옥’ 시즌2가 나온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계시록’은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다. 연 감독은 “작업이 투쟁적이라고 해서 주저하게 되면 한없이 주저하게 될 것 같다”면서 “기회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대중과 어떤 접점을 찾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생수: 더 그레이’ 새로운 이야기도 살짝 곁들인다. “큰 그림은 이미 그려놨어요.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보는 눈이 더 많아져서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그게 또 새로운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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