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플·테슬라가 욕먹는 이유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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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자료에 기부금 항목 아예 없어
혁신 아이콘 실상은 사회공헌 '0'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도 비슷
명성 걸맞는 '기업 시민' 자세 갖춰야

애플은 최초의 대중적 스마트폰 아이폰을 만든 기업으로 글로벌 시총 1~2위를 넘나들고 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CEO(최고경영자)였을때 애플은 아이폰 덕분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아이폰은 국내에선 젊은층에 유독 인기가 높다. 지난해 갤럽조사에 의하면 18~29세에서 65%라는 엄청난 점유율을 보였다. 2013년만 해도 25%이던 것이 3배가량 뛴 것이다. 삼성 갤럭시가 70% 안팎, 애플이 20%대를 각각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 세대의 점유율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아이들에게 “왜 아이폰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디자인이 갤럭시보다 예쁘고 사진도 잘 나온다”, “다른 기기랑 호환이 쉽다”고 답한다. 심지어 “갤럭시를 쓰면 왕따 당한다”며 아이폰이 친구 무리를 묶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인기 있는 애플이지만 사회공헌활동이나 법인세로 들어가보면 좀 다른 모습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플코리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2022년 매출은 7조 5240억 원에 영업이익 5599억 원이었다. 다만 기부금은 감사보고서 항목에 표시되지 않았다. 기부금 항목이 없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액수가 적거나 없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비슷한 외국계 IT기업들의 공시를 보면 기부금에서 페이스북코리아는 2022년 1억 8000만 원에서 지난해는 한 푼도 내지 않았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각각 7677만 원, 5000만 원을 냈다.

198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애플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 기부액을 표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09년 매출,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비난까지 샀다. 그러다가 2020년부터 유한회사에도 공시 의무가 발생하면서 매출, 영업이익, 기부금 등이 드러났다.

애플코리아는 납부 법인세가 적정한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2022년 법인세 503억 원을 냈는데, 매출원가(생산원가)를 약 90% 수준으로 높게 책정해 영업이익과 그에 따른 법인세를 적게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기부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100만 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에는 없었고 전에 있었던 애플의 자선프로그램도 폐지했다.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자와 이건희 회장이 보여줬던 기부 활동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장거리 전기차와 상업용 우주선 등으로 유명한 테슬라도 국내 시장에서 욕을 많이 먹고 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 1437억 원에 17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기부금 내역 자체가 없다. 2022년에도 기부금 항목이 없었다.

자동차 업계 내에서 이와 비슷한 매출을 내는 볼보차코리아의 경우 2022년 8억 원, 지난해 12억 원의 기부금을 냈고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하다.

또한 테슬라코리아는 차값을 수시로 올렸다내렸다 하는 바람에 ‘고무줄 차값’으로도 유명하다. 1년새 차값이 3000만~4000만 원 오르내리기도 한다. 일부에선 “차값이 횟집처럼 시세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2016년 한국시장 진출후 올해는 수입차 판매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가 아니다.

국내 진출한 일부 명품 브랜드들도 이들 못지않다. 프랑스 디올은 지난해 국내에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1920만 원에 불과했다. 루이비통은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지난해 국내에서 2944억 원의 매출을 내고도 100만 원만 기부했다. 혁신의 아이콘, 명품 브랜드의 실상은 ‘돈만 좇는’ 외국기업이다.

반면 BMW그룹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일본 화학회사 도레이 등은 외국기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창출은 물론이고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BMW의 경우 고객들을 위한 전용 드라이빙센터와 LPGA챔피언십, R&D(연구개발)·물류센터 건립 등 한국회사 못지않은 활동을 하고 있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적 판단이다. 기부금이나 법인세, 사회공헌 활동은 구매시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쯤은 내가 사용하는 제품의 우리 사회 기여도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사회 일원으로서의 책임도 따른다. 글로벌 최고 기업임을 내세우지 말고 기업시민으로서의 혁신과 명성에 걸맞은 자세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동진 서울경제부장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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