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대' 졸업자 의료행위 허용에 의료계 날선 반응… "정부 없는 게 나아"

이해원 kooknot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개정안 시행시 이르면 이달말 배치
기존 외국 의사, 한국의사 되기 어려워
의정갈등 더욱 격화될 전망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공의가 사직한 의료공백의 상황이 석 달째 지속되고 있어, 정부가 '외국 의사'에게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언어 문제 등으로 교포, 한국인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해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들은 전공의를 대신해 빠르면 이달 말부터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배치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의사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며 강력한 비판을 남겼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위기경보가 현재의 의료공백처럼 '심각' 단계에 올랐을 경우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복지부 장관의 승인에 따라 외국에서 딴 의사 면허로 한국에서의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 뒤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전공의가 떠난 수련병원 등 정해진 곳에서만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진료할 수 있게 된다. 맡는 업무도 수술 보조, 진료 보조, 응급실 운영, 당직근무 등 전공의들이 맡았던 주요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 의사와의 언어 소통 문제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외국 의사의 진료 역량을 따져 현장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해외에서 면허를 취득한 교포나 외국 의대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이번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외국에서 의대 졸업 후 현지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외국 의사 면허를 지녔다고 해도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후 국가시험인 '의사국시'(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주관)를 봐야 했다. 다만 2005∼2023년 외국 의대 졸업자가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한 비율은 55.4%에 그쳤고, 의사국시 관문까지 뚫고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33.5%에 불과했다. 만약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사국시'를 탈락한 외국 의대 졸업자 중 70%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국내 진료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외국 의사의 국내 진료까지 허용하면서 의정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의사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국내 의료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연합뉴스

임현택 현 의협회장은 "한국 의료는 외국에서도 배우러 오는데, 날고 기는 한국 의사는 놔두고 이제는 저질 의료인을 데리고 오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주수호 전 의협회장은 자신의 SNS에 "외국 의사 면허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이해원 kooknot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