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특별법 홀대, 민주 뒤에 숨어 뒷짐진 국힘
4주 전 민생 우선 입법 지정 불구
여야 2+2 회동 대상에서도 제외
지도부 물밑 협상 등 노력 아쉬움
뒤늦게 “끝까지 챙기겠다” 재강조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이하 글로벌특별법)이 당정 간, 여야 간 법안 내용에 대한 이견이 없는데도 장기 표류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비협조가 주된 이유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추진된 글로벌특별법에 대해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그 동안 입법 ‘상위 순위’에 놓고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밝혀왔지만, 막상 ‘실행’ 여부를 보면 미진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29일 열린 연말 주요 입법 과제 협의에서 글로벌특별법과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두 가지 부산 현안을 지역균형발전 분야에 넣어 신속 처리키로 했다. 반도체산업특별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등 당정이 사활을 거는 20여 개 법안 속에 두 지역 현안이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여야가 정기국회 내 우선 처리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3일 개최한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간 ‘2+2 회동’에서는 글로벌특별법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여당 원내 지도부는 쟁점 법안이 아닌 만큼 상임위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상황은 익히 알려진 대로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별다른 설명 없이 입법 공청회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글로벌특별법의 연내 처리가 어려워졌다. 국회 입법 협상의 관행상 여야의 주력 법안이 상임위 차원에서 막힐 경우 원내 지도부가 물밑 협상을 통해 타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주당도 이런 논리로 방어막을 치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전날부터 시작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국회 농성에 대해 28일 “실효성이 없다”고 혹평하면서 “글로벌특별법이 연내에 처리되기 위해선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말 우선처리법안 목록’에 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급한 법안이라면 여당 지도부의 논의 테이블에 넣으라는 얘기다. 여권에서는 제주, 전북 등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지역 법안들을 글로벌특별법과 ‘주고 받기’로 일괄 타결하는 게 민주당의 속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국민의힘은 책임 회피를 위한 ‘논점 비틀기’라고 반발한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쟁점이 없는 법안이면 지금까지 지켜온 관행과 순리대로 그냥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며 “윤 의원은 그 동안 상임위에서 ‘톱 다운’ 법안을 강하게 비판해왔는데 이제 와서 원내대표끼리 논의하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대 논리가 궁색하니 지도부로 공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거야’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이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 지도부가 활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6월 부산 방문에서 글로벌특별법에 대해 “민주당과 협의 과정에서 서로의 우선순위를 양보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정치적 함수관계에서 부산의 현안을 대단히 높은 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글로벌 특별법을 원내대표 협의에서 우선적인 어젠다로 올리는 데 공감한 바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추경호(대구 달성) 원내대표나 김상훈(대구 서) 정책위의장, 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이끄는 원내 지도부에 부산 의원이 있었다면 현재의 답답한 기류가 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 여권 관계자는 “글로벌특별법은 단순한 지역 법안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구상인 ‘양대 축’의 핵심”이라며 “당 지도부가 여러 차례 우선 처리를 약속한 만큼 가용한 수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 상황을 타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시장이 농성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을 찾아 “글로벌특별법은 국민의힘 중점 처리 법안이며, 민생법안”이라며 “끝까지 챙기겠다”고 거듭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