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10건 중 1.6건 검찰 보완 요구… 부실수사 간과 우려
법조계, 보완수사 폐지 반대 목소리
전체 사건 평균보다 높은 비율
진술 대립 잦고 증거 확보 힘든 탓
보완수사로 결론 바뀐 사례도 많아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수사 공백과 보완 수사권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성범죄 혐의로 송치한 사건 중 검찰이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최대 10건 중 1.6건꼴에 달해, 전체 사건 평균보다 높았다. 진술 대립이 많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범죄 특성상 검찰의 재검토가 그만큼 자주 필요했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이런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통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4일 대검찰청 검찰연감에 따르면 2021~2024년 ‘강간과 추행의 죄(강간·준강간·강제추행·강간살인 등)’에 대한 보완수사요구 비율은 연도별로 10~16%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사건 평균인 9~13%와 비교하면, 성범죄 사건에서 검찰의 추가 검토가 더 빈번하게 이뤄진 셈이다.
법조계는 성범죄 사건이 피해자와 피의자 간 진술 대립이 핵심인 경우가 많고, 객관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보완수사 요구 비율이 높다고 설명한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동시에 객관적 증거 수집이 어렵다”며 “초기 수사에서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가려내지 못하면 검찰 단계에서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 결론을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대검찰청 우수 사례로 선정된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지영) 사건이 대표적이다. 15세 피해자 준강간·불법촬영 사건에서 경찰이 “피해자 동의가 있었다”는 피의자 주장을 받아들여 불송치했다. 검찰은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피의자들을 다시 조사해 말 맞추기 정황과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를 확인했다. 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피해자 측 진술 기회를 보장해 주범 2명을 구속시켰다.
지난 2월 우수 사례로 선정된 부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유정현)도 피해자가 경찰에서 강간 피해를 진술했음에도 단순 특수상해·절도 혐의로만 송치된 사건을 CCTV 분석과 피해자 재조사를 거쳐 강간 등 상해 혐의로 변경해 구속기소했다.
장윤기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보완 수사를 통해 혐의 자체를 변경한 경우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는 지난 13일 광주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음을 사건 발생 2개월 만에 인정했다. 검찰 보완수사 과정에서 화질이 개선된 사건 현장 주변 화물차 블랙박스 영상의 내용이 심경 변화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돌려차기 사건의 경우 경찰이 가해자 이모 씨에게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살인미수 혐의로 바꿨고, 항소심에서는 강간살인미수로 다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도 높아졌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수사검사 출신 법무법인 더킴로펌 김세희 변호사는 “성범죄는 피해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반면 객관적인 증거 수집은 가장 어려운 유형의 범죄”라며 “진술만으로 신빙성을 판단해 송치·불송치를 결정하다 보니 증거 수집에 대한 보완수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도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물어야 심증 형성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