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 환자에서 피트니스 선수로 '파워풀 인생2막'…60대 보디빌더 박향자 씨
유방암 항암·방사선 치료 후유증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운동 전념
암환자들에게 희망 주고파 출전
"투병 이후 내 몸 더 사랑하게 돼"
피트니스 선수라기에 우락부락한 몸을 상상했다. 부산 사상구 모라동 엘리먼트 휘트니스 헬스장에서 만난 박향자(62) 씨는 예상과 달리 아담한 체격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부진 근육과 단단한 마음은 이내 드러났다.
2016년 9월, 박 씨는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았다. 잠도 잘 못 들고 컨디션이 나빴지만 갱년기 때문이라 여겼다. “운동을 하면 나아질까 하고 헬스장에 다녔어요. 어느 날부터 같이 운동하던 언니가 안 보이더라고요. 유방암이라는 소식에 혹시나 하고 저도 만져봤더니 혹이 있더라고요.”
수술까지는 견딜 만했다. 하지만 8번의 항암과 33번의 방사선 치료는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안겼다. 온몸이 퉁퉁 부었고 말초신경이 마비돼 돌멩이를 차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관절이 아파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겠더라고요. 꿋꿋이 참고 견디다 보면 결과는 있겠지 했어요. 암센터에서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손발을 움직일 수 있으니 더 힘들어하는 분들 식사와 목욕을 많이 도왔습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오자 우울증과 불면증이 덮쳤다. 다시 헬스클럽을 찾았지만 무릎 통증이 심했다. 주변에서는 ‘집에서 일상생활만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동의할 수 없었다. 조금씩 무게를 올리며 근력운동을 하니 차츰 통증이 사라졌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 나가면서 부기도 빠지기 시작했다.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박 씨는 “내가 이만큼 건강해졌다는 걸 보여주면 암 환자들도 희망을 가지고 힘을 내지 않을까 해서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주치의였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유방외과 이온복 과장님에게 해도 되겠냐고 물었어요. 참 좋은 생각이라고, 도전해 보라고 하셨어요.”
대회 준비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운동이 재미있을 때도 있었지만 힘들기도 했다. 아침저녁으로 매일 4시간씩 운동에 매달렸다. “내가 왜 이걸 굳이 한다고 했나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아픈 몸으로 운동하니까 사람들 시선도 썩 좋지는 않았어요.”
박 씨는 예전 준비 과정이 떠오르는 듯 눈물을 보였다. 그렇게 2022년 첫 출전한 PCA 경남 비키니 종목에서 박 씨는 2등을 차지했다. “정말 뿌듯했습니다. 암을 겪지 않았다면 이런 도전은 하지도 않았을 거고 했더라도 못 이겨냈을 것 같아요. 암 때문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힘들어도 속으로 참았거든요. 투병 이후로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더 건강한 음식 먹고, 내 몸을 사랑하고, 그러다 보면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씨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냐’는 질문에 “높은 구두를 신고 포즈 잡는 게 힘들더라”고 웃으며 답했다. 2등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대회를 준비했다. 근육이 더 커지고 몸은 더 탄탄해졌다. 두 번째 도전은 즐거웠다.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운동했다. 사람들은 무슨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하냐고 했지만, 할수록 건강해지니 재미가 났다. 2023년 WNC 부산 비키니 시니어 부문에서 1등 상을 받았다. 종합 성적 3위였다. 박 씨는 올해는 규모가 더 큰 피트니스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시니어 모델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지만 말 못 할 고통을 겪었습니다. 창밖을 보면서 내가 다시 걸을 수는 있을까 할 정도로요. 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가서 쉬는 것도 좋지만, 제가 겪어보니 움직여야 하겠더라고요. 가족과 함께하면서 울고 웃고 대화도 나누고 해야 좋은 것 같아요. 주치의 믿고 따르고 민간요법 따르지 말고요. 그리고 정말 운동은 강력 추천해요. 자신한테 맞는 운동을 꼭 찾길 바랍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