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죽음으로 사건 묻혀선 안 돼… 장제원 수사 결과 발표해야”
성폭력상담소·여성의전화 기자회견
1만 1000여 명 연명 탄원서 제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장제원 전 국회의원의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여성단체들이 성폭행 혐의로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인 가운데 피의자 사망으로 사건의 실체가 묻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장 전 의원의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장 전 의원이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 전 의원을 고소한 전 비서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A 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 씨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를 바탕으로 성폭력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의자에게)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온전히 가해자의 손에 의해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A 씨의 고소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회 등을 마쳤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사건이 DNA 조사만을 남겨둔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직후 서울해바라기센터를 통해 A 씨의 특정 신체 부위, 속옷에서 채취된 남성 DNA가 장 전 의원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조사만이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의 사망이 기소 여부에는 장애가 될지 몰라도 범죄 사실을 판단하는 유무에는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선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위력 성폭력 사건을 입맛대로 악용했던 정치인들이 자성하고 잘못된 단추를 풀어서 다시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난 7일부터 36시간 동안 개인과 단체들로부터 받은 1만 1626건의 탄원 연명을 서울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이들은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