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원점 지역·필수의료 개혁까지 멈추면 안 돼
의료계, 방법 적극 모색 신뢰 회복해야
수업 거부 중단·전공의 복귀 서둘러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총 5058명으로 증원키로 한 계획을 1년여 만에 원점화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의대생들의 3월 내 전원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의대 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단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의대에선 학생들이 ‘등록 후 투쟁’ 방침을 밝히며 수업 거부에 나서 실질 복귀율은 40개 의대 전체 학년 평균 25.9%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의대 증원 정책을 포기한 것은 의대 교육 파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 수업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고육지책으로도 읽힌다. 의대생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정부와 대학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은 미래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교육의 정상화다. 교육 붕괴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이제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에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유급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각 대학과 의료계, 정부도 제대로 된 의대 수업과 실습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상실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중증질환자들이 참고 견딘 고통이 물거품이 됐다”라고 반발했다. 시민·노동단체도 의대 증원 원점화로 의료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으로 지난 1년여 동안 국민들은 큰 불편을 감수했다. 지역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뺑뺑이’를 도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시기를 놓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이어졌다. 의대생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교육 정상화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공의들도 하루빨리 현장으로 복귀해야 마땅하다.
당초 의대 증원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증원 백지화가 의료 개혁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의료 개혁의 답이 아니라고 그동안 강조했다. 이제 정부가 한발 양보한 모양새를 취한 만큼 의료계도 서둘러 전향적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국민의 극심한 의료 불편과 고통을 외면한 채 어물쩍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이다. 의료계는 직역 이기주의라는 국민 비난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은 비정상인 현재의 지역·필수 의료를 정상화할 방안을 정부와 함께 적극 모색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중단 없는 의료 개혁 추진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