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행정 분권은 빠진 정부 20조 행정통합 인센티브
통합특별시에 연 5조 원씩 4년간 지원
자치권 보장 모호, 지방선거용 의구심도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행정통합으로 만들어질 통합특별시에 파격적인 지원안을 내놓았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행정통합 인센티브 방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광역 지방정부 간 통합 시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모두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칭 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을 신설해 국가 재원을 과감히 재배분하고,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며 차관급 부단체장을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정부 발표는 행정통합을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적 선택지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지방정부 입장에서 연 5조 원이라는 재정 유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조 원 단위의 구체적인 액수를 명시하고, 재정 지원과 위상 강화,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 등 4개 분야에 걸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은 통합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내용이 미흡한 부분도 많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실질적인 행정권과 재정권 이양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통합 특별시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권한을 완전히 넘겨받고, 국세의 지방세 전환과 같은 근본적인 재정 분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행정통합의 알맹이가 빠진 꼴이다.
행정통합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중장기 국가 과제다. 초기 비용과 혼란을 감수하고도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주민 동의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부안은 4년간 20조라는 시한부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통합 이후의 자생력 확보보다는 당장의 통합 실적을 내기 위한 속도에 치중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차관급 부단체장 신설 등 조직 비대화에는 공을 들였으나 실질적 자치권 보장 방안은 모호하다. 공공기관 이전 우대 역시 기존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인센티브안이 다분히 6·3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거용 대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예산을 미끼로 지자체를 줄 세우기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중앙정부가 예산권을 쥐고 흔드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큰 지원금도 일시적일 뿐이다. 통합 이후 지방정부가 스스로 세입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지, 중앙부처의 규제와 승인 권한을 얼마나 넘겨받는지에 대한 답이 없다면 통합은 또 다른 중앙집권의 외형 변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방정부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시혜적인 예산 지원이 아니라 스스로 먹고살 길을 찾을 수 있는 권력의 분산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진정성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선거용 의혹을 걷어내고 지방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권한 이양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