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 내비게이터] 코다이 무반주 첼로소나타, 영화 ‘퐁네프의 연인’에 나오던 그 곡!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음악평론가

졸탄 코다이. 위키미디어 졸탄 코다이. 위키미디어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영화는 때때로 한 곡의 음악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스크린 속 인물의 표정과 도시의 풍경까지도 한순간 음악으로 재구성된다. 그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된다. 백 마디 말보다 강한 선율, 나에게 코다이의 첼로소나타는 바로 그런 체험이었다.

이 곡이 처음 가슴에 들어온 순간을 기억한다. 프랑스 배우 드니 라방과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한 1991년 영화 <퐁네프의 연인>에서였다. 영화의 시작 부분부터 이 음악의 1악장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지하도에서 미셀과 알렉스가 필사적으로 뛰어가던 장면에서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게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곧장 음반 가게로 가서 야노스 슈타커가 연주한 코다이 무반주 첼로 소나타 음반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체코의 근대 음악에 스메타나, 드보르자크, 야나체크가 있었다면, 헝가리의 근대 음악엔 코다이(Zoltan Kodaly, 1897~1967)와 버르토크라는 두 개의 기둥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이 민속 음악을 채집하고 연구했지만 정작 버르토크는 “가장 완벽하게 헝가리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작품을 쓴 작곡가를 꼽으라면 단연 코다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코다이는 오페라 ‘하리 야노슈’, 관현악곡 ‘갈란타 춤곡’, 교회음악 ‘스타바트 마테르’ 등 멋진 작품을 많이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청각 경험을 선사하는 곡은 무반주 첼로 소나타 B단조다.

그는 33세 젊은 시절인 1915년에 이 곡을 썼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초연을 미루고 있다가 1918년 5월 부다페스트에서 예뇌 케르페이의 연주로 초연했다. 코다이 자신도 작품에 만족해서 이렇게 말했다. “25년쯤 지나면 이 소나타를 연주하지 않고서는 첼리스트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야.”

1악장은 매우 정열적이다. 격렬한 리듬과 복잡한 화성이 교차하며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2악장은 슬픈 민요를 부르는 것 같다. 첼로의 저음과 고음이 대비를 이루면서 환상 속을 더듬는다. 그리고 3악장은 가장 화려한 부분이다. 민속 춤곡의 색채에 더하여 더블스톱, 트리플스톱, 왼손 피치카토, 스코르다투라 같은 화려한 첼로 주법을 총동원하여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그 모든 드라마를 피아노도, 오케스트라도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이루어낸다. 이건 작곡가건 연주자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화성도, 리듬도, 선율도 오직 한 악기가 책임져야 하니 도무지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만큼 솔직하고 내면적이라 할 수 있다. 첼로는 독백이나 한숨같이 들리기도 하고 절규처럼 울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첼로라는 악기로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바흐에서 시작된 무반주 첼로의 전통을 20세기적으로 계승하고 확장한 작곡가, 졸탄 코다이는 오늘로부터 딱 59년 전인 1967년 3월 6일에 세상을 떠났다.

졸탄 코다이: 무반주 첼로소나타 작품8 3악장 - 세바스티안 베버스탐 (첼로) 졸탄 코다이: 무반주 첼로소나타 작품8 3악장 - 세바스티안 베버스탐 (첼로)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