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내비게이터] ‘외로운 양치기’, 그 시절엔 말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음악평론가

제임스 라스트. 위키미디어 제임스 라스트. 위키미디어

무척 오래된 얘기지만, 음악을 좀 듣는다는 집이라면 경음악단 연주를 담은 카세트 한두 개쯤은 꼭 있던 시절이 있었다. 현악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는 ‘캐스캐이딩 스트링스’로 유명한 만토바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제임스 라스트(James Last), 폴 모리아, 프랑크 푸르셀, 레이몽 르페브르 등 이른바 ‘팝스 오케스트라’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그들은 클래식 명곡, 오페라 아리아, 왈츠, 뮤지컬, 영화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너무 심각하지 않은 음악으로 프로그래밍해서 대중의 취향을 저격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시민층이 확대되면서 교양은 갖추되 어렵지 않은 음악을 감상하려는 콘서트가 많아졌다. 특히 20세기 들어 라디오와 가정용 오디오가 보급되면서 팝스 오케스트라의 붐이 일었다. 제임스 라스트 오케스트라도 그 시절의 산물이다.

1929년 4월 17일 독일 브레멘에서 태어난 제임스 라스트의 본명은 한스 라스트였다. 젊은 시절에는 재즈밴드의 베이시스트로 유명했고, 방송국에서는 편곡자 겸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1960년대 중반에 ‘논스톱 댄싱’ 음반으로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제임스 라스트의 음악은 한국에서도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그널, 방송국 캠페인 배경음악, 각종 광고음악 등으로 흘러넘쳤다.

그의 음반에는 아스트루드 지우베르투, 리샤르 클레드망 등 유명한 게스트 연주자들이 참여했는데,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루마니아의 작곡가이자 팬플루트 연주자인 게오르그 잠피르(Gheorghe Zamfir)가 있었다. 1941년생으로 올해 85세의 나이가 되었다. 제임스 라스트는 1977년에 작곡한 ‘외로운 양치기’라는 곡의 솔로를 잠피르에게 맡겼고, 이 녹음으로 잠피르는 세계 곳곳에 ‘팬플루트의 거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최초로 비발디의 ‘사계’를 팬플루트로 녹음했고, 클래식, 재즈, 영화음악에 다양하게 참여했다.

팝스오케스트라 열풍은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 아서 피들러 오케스트라 등으로 이어져 1980년대 초까지 레코드 산업으로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엔 더욱 강렬하고 직접적인 대중음악이 늘어나면서 중간 영역에 서 있던 팝스오케스트라의 인기도 시들어갔다.

제임스 라스트의 마지막 공연은 2015년 4월 26일, 쾰른에서 열렸다. 그는 이 공연을 진행하고서 두 달도 안되어 세상을 떠났다. 사는 동안 세계적으로 약 2억 장의 음반을 판매했으며, 그중에는 200장의 골드디스크와 14장의 플래티넘 디스크가 포함되어 있다.

오늘, 어쩌다가 제임스 라스트-게오르그 잠피르의 ‘외로운 양치기’를 다시 듣게 되었다. 듣자마자 풍경이 몇십 년 전으로 타임슬립한다. 어머니가 이 곡을 무척 좋아하던 기억도 난다.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작품에 붙이는 것이라면, ‘외로운 양치기’는 슬며시 클래식의 반열에 올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임스라스트-외로운양치기 제임스라스트-외로운양치기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