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도 병풍’ ‘윤대집’ 부산시 문화유산 지정
농촌 풍속 묘사한 십이폭 병풍
오륜대 풍경 노래한 개인 문집
19세기 부산 문화 수준 증명
부산시립박물관의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과 <윤대집>이 부산시지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사진은 병풍의 모내기 하는 장면.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 전체 모습.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부산 동래 향리 출신 박주연의 개인 문집 <윤대집> 표지. 부산시립박물관 제공
부산시립박물관의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과 <윤대집>이 부산시지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부산시는 3일 두 작품은 조선 후기 부산 지역의 풍성한 문화활동과 그 수준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해 시지정문화유산으로 등록한다고 밝혔다.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은 19세기 동래부 향리 출신 죽림 박주연이 동래부 화가 송암 이시눌에게 주문 제작한 작품이다. 제1폭부터 제12폭까지 열두달의 순서에 따라 월별 농촌 풍속을 묘사했고, 화폭 상단에 박주연이 쓴 ‘농가월령가’를 함께 배치했다.
아이를 업은 채 모내기를 하는 여인의 모습, 배를 드러내놓고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 등이 표현되어, 매우 정감 어린 시선으로 다양한 농가 사람들을 묘사했다. 이러한 그림체는 18세기 후반 김홍도의 풍속화와 회화적 유사성을 보여 19세기 한양 중앙 화단과 동래부 지역 화단의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산수 표현은 동래 지역 화가들이 즐겨 그린 남종화풍을 따르고 있어 지역색과 유행이 공존하는 독특한 미감을 자랑한다.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은 궁중회화에서 시작된 경직도(조선 후기 권농·애민정책을 시각적으로 전파하기 위한 대표적 회화 양식)가 지역의 향리와 무임 계층으로 확대된 양상을 보여준 주요 사례 중 하나이다. 주문자와 제작자의 명확한 관계, 작품의 확실한 제작 배경과 전승 내력 등을 통해 문화유산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병풍 그림을 그린 화가 송암 이시눌은 동래부의 여러 무임직을 역임하며 임진왜란 당시 전쟁기록화를 비롯한 관(官) 수요의 그림과 대일 교역용 회화 등을 제작하였다. 사적으로 동래 지역 인사의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는데, 박주연은 당시 그림 제작을 의뢰했던 대표적인 지역 인사였다.
‘농가월령도 십이폭 병풍’과 함께 시지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윤대집>은 병풍을 제작 의뢰한 박주연의 개인 문집이다. 책 제목인 윤대는 지금의 부산 오륜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시 오륜대에 박주연의 별장이 있었고 책에는 오륜대의 풍경을 노래한 시가와 농사에 관한 글, 후손에게 전하는 말, 역대 명인의 글 등이 실려있다. 특히 오륜대 일대의 다양한 지명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지명은 지금 거의 사라져 부산 지역의 옛 지명을 연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박주연은 동래 향리 출신의 한학자로, 자는 남백 호는 죽림이다. 26세 무렵 고향인 오륜대로 돌아와 평생 그곳에 은거하며 자연과 하나되 삶을 살았다.
정은우 부산박물관장은 “이번에 지정된 유물들은 19세기 부산에서도 수준 높은 서화 감상 활동과 학문적 지향을 가진 향리층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