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상품 뜨자 ‘제로’만 모은 ‘무인 제로 편의점’도 뜬다
제로 음료·저당 베이커리 비롯
저당·저칼로리 제품 전문 취급
15개월 만에 9곳서 185곳으로
다이어트족 맞춤 큐레이션 주효
역성장하는 편의점 업계와 대비
저당·저칼로리 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른바 ‘무인 제로 편의점’이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사진은 한 제로 편의점 내부의 모습. 제로스토어 제공
저당·저칼로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이른바 ‘무인 제로 편의점’이 대학가와 번화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고 있다. 건강 관리와 식단 조절에 관심이 높은 MZ세대의 소비 경향과 제로 푸드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제로 제품 특화 매장이 새로운 유통 형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제로 편의점 브랜드의 출점 추이는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제로 편의점은 지난해 1월 9개 점포로 출발한 이후 올해 3월 기준 185개까지 늘었다. 1년 반 만에 점포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제로스토어를 비롯해 제로인제로, 제로연구소, 제로초이스 등 관련 제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연이어 매장을 개설하고 있다.
주요 출점 지역은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가와 번화가다. 이들 매장은 ‘제로 제품 전문 취급’을 전면에 내세운다. 매장에서는 제로 탄산음료와 커피 외에도 저당 베이커리, 단백질 간식, 캔디, 젤리류부터 죽이나 만두 같은 간편식까지 저당·저칼로리 가공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무인 운영 방식을 채택해 상시 운영 효율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체중 관리에 관심이 높은 20~30대가 주 고객층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특정 인기 상품의 품절 현상도 나타난다.
제로 편의점의 확산과 수요 증가는 식품 제조 업계의 제품 라인업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슈거 제로 식품 생산액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올여름을 앞두고 제로 편의점 매대를 선점하려는 빙과업계는 일찌감치 공급 경쟁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빙그레의 제로·저당 빙과 제품 전체 매출은 2024년 대비 2배 증가했다. 해태아이스의 관련 제품 매출은 같은 기간 약 8배 급증했다. 빙그레는 ‘더위사냥 제로 디카페인’과 ‘생귤탱귤 제로’에 이어 저당 브랜드 ‘딥앤로우’를 출시했다. 해태아이스도 ‘탱크보이 배 제로’ ‘폴라포 스포츠 제로’ 등을 선보였다. 롯데웰푸드 역시 죠스바, 스크류바, 월드콘, 티코, 돼지바 등 자사 대표 제품에 저당·제로 라인업을 추가했다. 이들 제품은 유사 제품 대비 당 함량을 최대 80%대까지 줄여 제로 편의점의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성분표를 일일이 확인하며 구매하던 2030 세대와 다이어트족에게 ‘이곳의 제품은 모두 안심하고 사도 된다’는 큐레이션을 준 게 주효했다”며 “매장 규모는 작지만 방문객의 구매 전환율과 특정 품목의 회전율이 일반 편의점보다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성 편의점 업계는 1988년 도입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총 점포 수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CU, GS25 등 국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전년 대비 1586개 줄어든 5만 3266개로 집계됐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동일 브랜드 매장간 매출을 갉아먹는 ‘자기잠식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며 전반적인 성장이 정체된 상황 속에서 제로 편의점의 증가세는 유통 시장의 주요 변화로 짚인다. 점포 수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특정 소비층의 수요를 세분화해 공략하는 전략이 편의점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