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 힘 실었지만… "과욕 부리지 마라" 견제 [부울경 선거 결과 분석]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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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방권력 상당수 차지
이 대통령 승리 ‘일등공신’
무책임한 국힘 지도부 패인
압승 '어게인 2018'은 무산
지역별로 다른 선택 나타나
특정 정당 일방적 지지 기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왼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왼쪽).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견제의 메시지를 보낸 PK”

제 9회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 결과는 PK 민심의 복합적인 성격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이 울산시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우세를 보이는 반면, 경남도지사 선거는 막판까지 접전 양상을 이어가면서 특정 정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몰아주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 집권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절대 과욕을 부려선 안된다”는 견제의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4일 0시 기준 개표 결과 울산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앞서며 사실상 당선이 유력하고,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남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당초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부울경 3곳을 모두 선권하는 이른바 ‘어게인 2018’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결과는 지역별로 다른 선택이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번 PK 시도지사 선거는 선거 초반부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과 달리 PK는 선거 때마다 민심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PK를 전략적 요충지로 판단하며 총력전을 벌였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을 통해 PK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과정에서는 부울경에서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PK 보수층이 사실상 궤멸수준으로 분열된데다, 이재명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부울경 진보 진영이 민주당 중심으로 급속하게 뭉쳤기 때문이다. 한때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전재수(민주당) 당선인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긴 했지만 전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울산도 부산과 같이 국민의힘 후보가 맹추격했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쓴맛을 봤다. 다만 경남은 창원시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박완수후보가 만만찮은 저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4년만에 PK 지방권력을 상당수 차지하면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듣는다.

민주당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이재명 대통령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전재수 후보를 현 정부 첫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파격 임명했고,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에도 그에 대한 신뢰를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선거 막판에 1박 2일 일정으로 PK를 순회해 민주당 후보들에 대한 우회적인 지원 활동을 벌였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도부 체제와 선거 전략을 둘러싼 논란이 선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고, PK 정치권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적지 않은 PK 지방선거 후보들이 장동혁 대표의 퇴진 또는 ‘2선 후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단일화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진영의 태도도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울산시장과 경남지사 선거에선 여론조사와 후보 사퇴 방식으로 진보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보수 진영은 끝까지 독자 노선을 걸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와 박민식 후보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만약 북갑에서 보수 단일화가 성사돼 한동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지해달라’고 한마디만 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 유권자의 자존심 대결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역대 PK 선거의 막판 승부처였던 ‘보수 결집’이 장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과 단일화 실패로 이번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반대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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