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업고 대중 무역수지, 4년 만에 흑자전환 유력
1∼5월 대중 누적 흑자 99억달러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이 견인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맞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3년간의 적자 터털을 빠져나와 흑자로 돌아서면서 연간 기준으로 4년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해지고 있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중국 수출액은 18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9%나 폭증했다.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1월(120억 달러·6.6%↑) 플러스로 반등한 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3∼5월의 수출 증가율은 모두 60%를 넘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전체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대중 수출은 지난 3년간의 적자 터널을 벗어나 올해 흑자로 전환했다.
실제로 대중 무역수지는 올해 1월 3억 5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선 이후 5월 37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매달 흑자 폭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1∼5월 대중 누적 흑자 규모는 99억 달러에 달한다.
2018년에 연간 556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흑자를 냈던 대중 무역수지는 2023년에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180억 달러)로 돌아섰고, 2024년 -69억 달러, 2025년 -112억 달러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대중 무역 판도가 올해부터 바뀌고 있다. 반도체가 지난달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인 42.3%까지 늘어난데다 대중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기준 메모리 고정가격을 보면 1년 새 DDR5 16Gb(기가바이트)는 682%(4.8달러→37.5달러), 낸드 128Gb는 807%(2.92달러→26.5달러) 폭등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D램 369.8%, 낸드 206.8%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AI 반도체(제미나이 생성형 AI 이미지)
우리나라는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최근의 반도체 호황은 미국·중국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해 메모리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3~5월 3개월 연속 수출액 3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반도체는 14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했다.
다만,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등 가격 변동성이 큰만큼 반도체 가격 하락 시 대중 무역수지가 다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현재의 수출 호조세는 반도체 가격이 견인한 효과가 크다"며 "향후 가격에 조금이라도 변동이 생겨도 수출 변동성이 굉장히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고무적인 대목은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기존 IT 품목 외에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이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급상승한 탓에 한국의 기술 우위 품목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 소비재가 대중 수출 전선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부와 유관 기관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중소 소비재 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규모가 작은 중소 소비재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개별적으로 뚫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현지 유통 채널, 온라인 플랫폼과 우리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에 나섰다. 특히, 중국 각 성(省)별로 '1거점-1무역관-1유통망' 체계를 구축하면서 가시적인 수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 수출업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현지 인증 문제와 물류 지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단가 상승이 이끈 흑자 전환을 발판 삼아 올해 하반기에는 소비재 수출을 적극 지원해 대중국 무역적자의 고리를 확실히 끊겠다는 계획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