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첫 월드컵 심판 '미 입국 거부' 결국 참가 무산…FIFA "개최국 권한"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 심판. AFP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제심판으로 활동할 예정이던 '소말리아 출신 1호 월드컵 심판'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끝내 참가가 무산됐다.
9일(한국시간) 연합뉴스 및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말리아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심판으로 나설 예정이었던 오마르 아르탄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라며 "아르탄은 유효한 여행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7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서 미국 입국을 거부당했다"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번 월드컵에서 심판을 맡을 예정이었던 한 소말리아 국적자가 이스탄불발 비행기를 타고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입국이 거부되었다고 확인했다. 소말리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광범위한 이민 단속의 하나로 도입한 여행 금지령 대상국 가운데 하나다.
CBP의 성명서에는 당사자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이번 월드컵 심판 중 소말리아 국적자는 아르탄이 유일하다. 1992년에 모가디슈에서 태어나 2018년부터 FIFA 심판으로 활동한 아르탄은 지난해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올해의 심판'으로 선정됐고,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선 소말리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심판을 맡게 됐다. 아르탄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미국 비자를 취득하고 나이로비 주재 소말리아 대사관에서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받았지만, CBP는 그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입국을 불허한 뒤 이스탄불행 귀국편 비행기에 탑승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소말리아 출신 오마르 아르탄 심판. AP연합뉴스
CBP는 이에 대해 "입국 심사 과정에서 해당 여행자는 추가 검사를 받았다. 이는 공항 직원들이 정보를 확인하거나 입국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 수행하는 정기적인 심사"라고 밝혔다. 이어 "심사 결과 여행자는 신원 조회 관련 문제로 인해 입국 부적격 판정을 받아 입국이 거부됐다"라며 "운동선수, 코치, 스태프를 포함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모든 여행자는 CBP의 검사 및 신원 조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CBP는 특히 "입국 가능 여부는 심사 당시 국가 안보 및 이민 정보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된다"라며 "CBP 직원들은 미국 법률에 따라 여행자를 신문하고, 검사를 실시해 입국 가능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 소말리아 대표팀 주장이자 소말리아 청소년체육부 수석 고문인 이세 아덴 압시르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르탄은 아프리카에서 존경받는 심판 중 한 명으로 전체 축구계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미국 입국 거부 조치는 개인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공정성과 능력주의,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한 축구계의 약속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해 4월 월드컵 심판진에 주심 52명, 부심 88명, 비디오 판독(VAR) 심판 30명 등 총 170명을 선발했다. 하지만 FIFA는 아르탄의 미국 입국이 불발되자 월드컵 심판진에서 그를 제외하기로 했다.
FIFA 대변인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르탄 심판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함에 따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라며 "FIFA는 미국의 결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 입국 승인은 미국 고유의 권한"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