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이어 통학로까지… 우후죽순 성인 PC방에 주민들 골머리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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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PC방 중 5곳 중 4곳 성인PC방
학교 밖 201m 꼼수 통학로 침투
온라인서 수천만원 권리금 거래도
단속 닥치면 화면 전환 꼼수 영업
등록제 한계성, 허가제 논의 필요

울산 울주군 초등학생들이 한 성인 PC방 앞 벽지를 호기심 가득히 쳐다보고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 울주군 초등학생들이 한 성인 PC방 앞 벽지를 호기심 가득히 쳐다보고 있다. 오상민 기자

초등학생 통학로와 대단지 아파트 상가 등 주거지 일대에 이른바 ‘성인 PC방’이 무분별하게 파고들고 있다. 법적 거리 제한을 교묘히 비껴간 탓에 단속과 규제가 겉돌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울산 울주군 구영초등학교 일원. 하교 시간이 되자 정문에서 300m가량 떨어진 상가 단지는 초등학생들로 붐볐다. 아이들의 하교 동선 한가운데에는 창문을 짙은 불투명 시트지로 가린 성인 PC방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교하던 학생 무리가 상가 외벽을 유심히 쳐다보며 스쳐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학생들이 자주 찾는 학원가나 대단지 아파트 상가까지 성인 PC방이 들어선 사례는 적지 않다.

울산시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울산에서 영업 중인 성인 PC방은 2024년 631곳에서 올해 757곳으로 20% 늘었다. 이는 지역 내 전체 PC방 962곳의 78.7% 수준으로, 울산 내 PC방 10곳 중 8곳가량이 성인 PC방인 셈이다. 연도별 신규 등록 건수도 2020년 42곳에서 2023년 238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112곳이 새로 생겼다. 올해 역시 지난 9일까지 40곳이 문을 열었다.

온라인 상가 교류 커뮤니티에 성인 PC방 거래 게시물이 활발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상가 교류 커뮤니티에 성인 PC방 거래 게시물이 활발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 같은 확산세는 온라인 상가 매매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지역 상가 교류 커뮤니티에는 울산 전역의 성인 PC방 매물을 거래한다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입지와 시설에 따라 1000만 원에서 2500만 원 선의 권리금까지 형성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성인 PC방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느슨한 제도가 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학교 경계 직선거리 200m 이내만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묶어 영업을 제한한다. 이 구역에서 단 1m만 벗어나도 규제망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지자체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다 보니 손쉽게 문을 열 수 있는 구조다.

성인 PC방 자체는 합법적인 시설이다. 다만 미승인 게임을 제공하거나 게임 점수를 현금으로 환전해 줄 때 불법으로 간주한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업소는 출입문을 잠근 채 단골 위주로만 손님을 받아 단속을 피하거나, 단속반이 뜨면 모니터를 일반 게임 화면으로 전환하는 조작 프로그램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울산에선 상가 공실을 노려 공인중개사와 브로커를 낀 일당이 33억 원 규모의 도박 프로그램을 유통하며 세를 불리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관련 법과 제도가 모호해 행정 처분에 한계가 크다는 점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 위치한 성인PC방. 오상민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 위치한 성인PC방. 오상민 기자

현행 건축법이나 행정 업종 분류상 ‘성인 PC방’이라는 독립된 개념조차 없다. 일반 PC방과 같은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묶여 특정 구역 진입을 막을 근거가 부족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불법 영업이 의심된다는 심증만으로 등록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경찰은 불법 영업이 다시 적발된 업소의 상가 건물주와 공인중개사에게 ‘도박공간개설 방조 혐의’를 적극 적용하겠다는 강경책을 꺼냈다. 동일 장소에서 또다시 불법이 이뤄진다면 공간을 내준 건물주에게도 불법을 인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임대차 계약서에 ‘게임물 시설’ 등으로 모호하게 적힌 경우가 많아 고의성을 입증하기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대 법학과 배미란 교수는 “특정 사건만 보고 건물주나 중개인에게 방조죄를 넓게 적용하면 다른 범죄와의 법적 형평성을 깰 우려가 있다”며 “불법이 일어날 것이란 심증만으로 영업을 제한하는 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허가제 전환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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