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동남아 단속 피해 카자흐스탄까지… 한국인 스캠조직 19명 검거
부산경찰청 등 초국가범죄TF, ‘INE 작전’
캄보디아 거점 적발로 중앙아시아 이동
검사 사칭해 ‘셀프 감금’ 수법으로 돈 뜯어
16명에게 6억 가로챘으나 피해 늘 수도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카자흐스탄 당국과의 합동 작전으로 검거한 스캠 조직원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긴 한국인 스캠 조직이 한·카자흐스탄 합동작전으로 적발됐다. 우리 정부가 중앙아시아에 근거지를 둔 한국인 스캠 조직을 현지에서 직접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비롯한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당국과 ‘INE(이네)’ 작전을 벌여 알마티에 있는 스캠 범죄 사무실과 조직원 은신처를 급습하고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시각 국내에 머물던 동일 조직 소속 5명도 붙잡아 전체 검거 인원은 19명으로 늘었다.
‘이네’는 카자흐스탄어로 ‘바늘’을 뜻한다. 동남아 단속을 피해 제3국으로 이동하는 범죄조직의 ‘풍선효과’를 터뜨린다는 의미를 작전명에 담았다.
카자흐스탄에서 붙잡힌 조직원 14명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순차적으로 국내 송환됐다. 이 가운데 먼저 송환된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이날 들어온 4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검거된 5명 중 4명은 구속됐고 나머지 1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다.
이 조직은 당초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을 거쳐 올해 4월 카자흐스탄으로 범죄 거점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 인접국으로 이동한 뒤 다시 원거리 제3국으로 옮겨간 이른바 ‘2차 풍선효과’가 실제로 확인된 것이다.
조직은 알마티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공공기관 등기우편 수령 등을 빌미로 연락한 뒤 피해자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을 주고 숙박업소로 이동하게 했다.
이후 외부 연락을 차단한 채 새로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조직이 통제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하게 했다. 피해자가 주변과 단절된 상태에서 자신의 돈을 직접 다른 계좌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셀프 감금’ 수법이었다.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가 압수한 스캠조직의 노트북 컴퓨터. 부산경찰청 제공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한국인 16명, 피해액은 약 6억 원이다. 경찰은 조직이 카자흐스탄에 자리 잡기 시작한 단계에서 검거 작전을 벌여 추가 피해를 막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저지른 범행까지 확인되면 전체 피해액은 수십억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조직에 가담한 전체 인원이 40명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압수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분석 중이다. 중국 국적의 총책과 관리자 2명은 중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파악돼 추가 국제공조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작전에는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외교부, 법무부가 참여했다. 경찰청은 조직의 카자흐스탄 진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했고, 국가정보원은 현지 정보협력 채널을 가동했다. 외교부와 주알마티총영사관은 현장 활동을 지원했으며 법무부는 형사사법 공조 절차를 맡았다. 카자흐스탄 국가안보위원회와 내무부도 조직원 추적과 감시, 검거, 조사, 송환 과정에 협력했다.
정부 관계자는 “범죄조직이 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우리 국민을 노리는 스캠 조직이 어디에 숨어 있더라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