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씨를 뿌리며 살고 있나 [내 인생의 원픽]
[내 인생의 원픽]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
오래전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은 이후,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누구라도 고단한 인생길에서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는 나무로 살고 싶어졌다.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큰 나무로 자라 열매 맺고 그늘이 되어줄 여러분’이라는 문구와 함께 아름드리 느티나무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그랬듯 아이들도 살아가면서 거센 파도, 비바람에 흔들리겠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그들이 키운 나무가 지나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그늘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시성의 원리일까.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의 노래’(감독 진재운)를 보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황무지가 된 낯설고 먼 니카라과 땅에서 100만 그루 나무를 심으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88세 이지수 박사의 감동적인 실화. 우리나라 마지막 공주였던 그는 기품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순이’라는 백마를 타고 그가 심어 놓은 80여만 그루의 무성하고 푸른 숲을 돌아보는 모습에, 나는 초인(위버멘쉬)을 떠올렸다. 두꺼비, 말, 뱀, 나무 모두가 그의 친구다. 따뜻한 눈빛, 사랑 가득한 손길로 차별 없이 말을 건네고 어루만지는 그를 보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아아!’ ‘세상에!’ ‘오오!’를 연발했다. 영화는 자연, 생태 환경보호를 넘어서는, ‘삶의 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주식, 집값, AI, 진학, 취업 이야기로 산란한 현실, 눈앞의 성과, 효율과 속도로 숨 막히는 세상을 못마땅해하면서도 한편 귀를 쫑긋 세우는 내 모습을 들켜버린 듯해 눈을 감기도 했다. 이런 영화를 만든 진재운 감독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황량하고 아득한 니카라과 땅에서, 한없이 주기만 하는 자연에게 미안해하며, 다음 세대에게 생명을 살리는 산소를 공급하고자 묵묵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그녀.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않는 무명으로 살고자 하는 그녀. “나는 불행하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그녀, 이지수 박사.
반복되는 일상 속에 나만의 숲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내일을 다시 푸르게 가꾸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나무의 노래’를 건네고 싶다. 나는 오늘 어떤 씨를 뿌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뿌리고 키운 나무 아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을까. 나의 나무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그래, 그러자.
이미선 이미선진로설계연구소 대표(전 부산시교육청 교육연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