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햄버거집도 "아침식사 됩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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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사회부 부장

최근 부산 강서구 대저동을 지나는데 현수막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 큰 글씨로 ‘아침식사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현수막만 보면 영락없는 백반집이다. 밥과 국에 김치, 달걀말이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현수막이 달린 곳은 뜻밖에도 ‘버거킹’이었다.

‘아침식사 됩니다’는 한국 식당에서 익숙하게 보던 말이다. 이른 아침 문을 여는 국밥집이나 기사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메뉴 사진도 긴 설명도 없지만, 아침밥 먹을 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문구만 보고도 식당을 정할 수 있다.

이 업체가 이런 현수막을 내건 것은 최근 아침 메뉴를 강화하면서다. 아침 메뉴 판매 매장을 두 배로 늘리고, 크루아상 사이에 달걀과 햄, 치즈 등을 넣은 ‘크루아상위치’를 내놨다. 크루아상과 샌드위치를 합친 이름이다.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뒤 해외 매장에서 오랫동안 팔린 아침 메뉴라고 한다. 그런 음식을 한국에 내놓으면서 고른 말이 ‘아침식사 됩니다’였다. 매장 앞에는 ‘신속’ ‘빨라요 맛있어요’ 같은 문구를 적은 입간판도 세웠다.

다른 햄버거 업체들도 아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6월 닭가슴살 패티를 넣은 새 아침 메뉴를 출시했다. 롯데리아도 올해 들어 아침 메뉴 판매 매장을 두 배가량 늘렸다.

그런데 통계는 정반대다. 질병관리청의 ‘2024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아침식사 결식률은 35.3%로, 2015년 26.2%보다 9.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19~29세는 62.1%가 아침을 거른다.

아침밥을 안 먹는 사람이 이렇게 늘었는데 외식업체들은 왜 아침 메뉴를 늘릴까. 외식업계는 1~2인 가구 증가와 간편한 아침식사 선호를 이유로 꼽는다. 집에서 차려 먹을 여건이 안 되거나 시간이 없어서 거르던 것이지, 출근이나 등굣길에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집밥의 빈자리’를 ‘간편식의 자리’로 바꾸는 셈이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파고들 때 햄버거를 아침밥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일이다. 글로벌 햄버거 업체는 여기서 새 메뉴보다 익숙한 말을 앞세웠다. 그동안 외국 음식의 현지화라고 하면 맛과 재료를 먼저 떠올렸다. 불고기버거와 고구마피자처럼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더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식 자체는 그대로 두고, 그 음식을 부르는 언어와 맥락만 한국 식당의 것을 빌려왔다.

글로벌 기업이 현지의 말을 가져다 쓴 사례는 일본에도 있다. 웨하스에 초콜릿을 입힌 과자 ‘킷캣’은 일본에서 수험생에게 주는 합격 기원 선물로 통한다. ‘꼭 이길 거야’라는 뜻의 규슈 사투리 ‘킷토 카츠토’와 발음이 비슷해서다. 소비자가 발견한 말장난을 네슬레가 마케팅으로 키웠다면, 이번에는 기업이 먼저 현지의 화법을 들고나왔다는 차이가 있다.

이 햄버거 업체의 전략도 일단은 통한 것 같다. 메뉴 확대 뒤 일주일간 아침 메뉴 매출은 이전보다 약 다섯 배 늘었다.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에서 아침 장사를 하려면 국밥집 말투가 더 잘 통하는 모양이다. 다만 익숙한 문구에 이끌려 들어간 손님이 받아 드는 것은 백반이 아니라 햄버거다. 우리 아침 식탁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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