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초청, 부산형 오페라 생태계 구축 출발점 돼야"
라 스칼라 타당성 검토 토론회
제작 노하우 이전·전문 인력 양성
지역 예술 인프라 상생 한목소리
24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부산형 오페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올해 상반기부터 부산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에 대해 부산시 주도로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프로그램부터 운영 계획 전반이 공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역 문화예술계와의 상생을 거듭 강조했다.
부산시는 24일 오후 3시 시청 대강당에서 ‘부산형 오페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관을 1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 방향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부산시가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부산시 조유장 문화국장을 비롯해 클래식부산 박민정 대표, 경성대 음악학과 양송미 교수, 부산시오페라단연합회 장진규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의 공식 주제는 오페라·발레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오페라 제작극장’이었으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건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약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 극장 공연을 유치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집중적인 점검이 이루어졌다.
발제를 맡은 박민정 대표는 개관 페스티벌 준비 상황과 제작극장 운영 계획을 설명하며, 라 스칼라 극장 초청이 2022년 6월부터 추진되어 온 사실을 밝혔다. 라 스칼라와 협력하면 제작·운영 노하우를 이전받고, 연수를 통해 기획·무대기술 등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제작극장 시스템 자산화, 국제 협력, 지역 예술인의 해외 진출 등을 라 스칼라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개관 페스티벌을 계기로 지역 민간 오페라 페스티벌도 시작하려 한다. 오랫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부산 오페라를 발전시켜 온 단체들에 극장을 개방하고, 이들이 그동안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살려 직접 작품을 올리는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제에 이은 전문가 토론에서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계기로 실효성 있는 부산 오페라 생태계 구축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승호 전 부산음악협회 회장은 “라 스칼라 극장이 떠난 뒤 부산오페라하우스에 무엇이 남는지가 중요하다”며 “개관 공연 한 번으로 부산 오페라 생태계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라 스칼라 초청이 목적지가 아닌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관 공연 성과는 운영 매뉴얼 구축이나 공동제작 추진 건수 등 최소 5년 단위로 엄격히 평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몸담은 전문가들은 지역 예술 인프라와의 상생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양 교수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역 예술가 쿼터제’ 등 단계적 정책 도입을 통해 지역 예술계의 균형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회장은 “부산 전체를 아우르는 오페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민간오페라단이 중소규모 작품을 제작·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이번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 달 ‘부산시 문화협력위원회’를 열어 라 스칼라 공연 여부를 중점 심의할 방침이다. 시 지역문화진흥 조례에 의거해 설치된 문화협력위원회는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전재수 부산시장이 직접 참여하는 ‘민선 9기 문화예술정책 타운홀미팅’을 개최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 번 더 경청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러한 숙의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까지 라 스칼라 초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