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빙하 시한폭탄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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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7일 인도 히말라야 론티봉의 해발 5500m 지점에서 암반과 그 위를 덮고 있던 빙하가 함께 떨어져 나갔다. 무너진 암석과 얼음은 약 2700만㎥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1만 800개를 채울 만한 양이었다. 이 거대한 덩어리는 가파른 산비탈을 타고 계곡으로 쏟아져 내렸고, 물과 바위가 뒤섞인 급류로 변해 하류를 덮쳤다. 리시강가와 다울리가강가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두 곳의 수력발전 시설을 크게 파괴했다. 당시 200명 이상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차몰리에서 일어난 참사였다.

지난달 26일 네팔을 덮친 대홍수는 고산지대의 빙하 붕괴가 하류 재난으로 이어지고 수력발전 시설까지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5년 전 인도 ‘차몰리 참사’와 너무나 닮은꼴이다. 네팔 대홍수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현재 5000여 명에 이르니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이번 돌발 홍수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붕괴가 지목된다. 아시아 고산지대는 극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빙하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온난화 속도가 가파르다. 기온이 오르면 얼음과 영구동토가 약해지고, 산을 지탱하던 지반이 불안정해진다. 이때 빙하와 암석 붕괴는 토석류 형성, 갑작스러운 홍수로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연쇄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히말라야산맥을 포함한 아시아 고산지대에만 최소 9만 5000개의 빙하가 있다고 한다. 이 빙하들이 모두 덮고 있는 면적은 한국 면적(약 10만 ㎢)과 거의 비슷하다.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이 빙하들이 대형 홍수를 일으킬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까지 아시아 고산지대에 남은 빙하의 최대 75%가 사라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네팔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채 되지 않는다. 히말라야산맥에서 무너져 내린 대형 빙하가 초래한 네팔 대홍수는 기후 위기 최전선에 내몰린 네팔의 절박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재난이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질 기후 위기 불평등을 예고한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중국 등 강대국들이 탄소 배출을 주도하며 지구를 데운 결과가 기후 위기와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네팔 주민을 덮쳤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세계 최빈국인 네팔에 날아든 혹독한 기후변화 청구서를 보니 착잡함을 지울 길이 없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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