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보이냐] 소중했던 기억들… 내 추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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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학여행서 겪는 낙도 어린이들의 에피소드... 선생님 사랑·친구 우정 담아

꽃이 만발하고 초목이 푸르러지는 5월. 누군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 이즈음이면 사람들은 으례 지나온 날들에 소중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어머니와 아버지, 가족과 친구, 선생님과 학교…. 물론 어느 하나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춥고 배고팠던 시절의 선생님과 학교는 그야말로 추억의 보물창고다.

송동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울이 보이냐'는 마음 속 보물창고의 문을 활짝 열게하는 휴먼 드라마다.

흔히 보릿고개로 불리우던 시대를 배경 삼아 도시의 물정을 까맣게 모르는 낙도 아이들이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선생님의 사랑, 친구의 우정을 담아낸다. 영화는 현재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길수가 어린 시절 성장했던 곳을 찾아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즉 액자 구도로 빚어졌다.

1970년대 평화롭고 조그만 섬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신도. 이곳은 옆집 할머니의 칠순 잔치가 제일 큰 사건일 정도로 소박한 동네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섬에 한 장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선생님 은영(오수아)이 서울 과자공장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공장 측이 신도분교 전교생 12명을 초대하겠다는 답장을 보내온 것.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 읍내인줄 알았던 아이들의 가슴은 이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전해들은 마을 어른들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 뭔 놈의 수학여행이냐'며 연신 구박만 한다. 이미 마음은 서울에 가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여비를 마련하기로 결심을 한다.

바닷가에 나가 바지락을 캐고, 읍내로 나가 아이스크림을 파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나. 마을 주민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드디어 신도분교 최초의 수학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술주정뱅이 아빠를 둔 어린 길수(유승호)는 가출해 서울에 있다는 엄마를 만나려는 생각에 더욱 들떠 있다. 과연 길수는 엄마를 찾고,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섬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해맑은 동심과 풋풋하고 정겨운 어린 시절을 담아낸 탓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 부담이 없는 영화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와 이미 사라진 흑백TV, '오라~잇' 소리가 정겨운 버스 여차장 등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품들이 곳곳에 숨어져 있어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때문에 이 작품은 외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그린 '집으로', 얼굴도 모르는 아빠를 찾으려고 아이스크림 장사에 나서는 10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아이스케키', 소년과 강아지의 우정을 담은 '마음이'처럼 따스하고 착한 영화다.

한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촬영은 2년 전 끝냈으나 개봉이 늦어지는 탓에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부쩍 성장해 어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

메가폰을 잡은 송 감독은 "순수를 소재로 이 세상을 순화시키고 싶다"며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연출 소감을 털어놨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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