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인물 내 시선으로 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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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개인사진전 갖는 경남 대안학교 원경고 허진석 군

경남의 한 대안학교 학생이 부산도시철도역 통로에서 개인 사진전을 갖고 있다.

경남 합천 원경고 3년 허진석(18) 군은 지난 25일부터 나흘 동안 부산 장전동 부산도시철도 부산대역사에서 '가수가 되려는 시골소년의 이루기 힘든 꿈'을 주제로 25점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시골소년은 학교에서 만난 그의 친구다. 그가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고, 소리 치며 하늘로 뛰어 오르는 일상을 담아냈다. "가수라는 것이 이루기 힘든 꿈이잖아요. 하지만 사진은 현실이거든요. 그 꿈을 사진에 담는다는 것은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이 되지요." 결국 그의 사진전은 친구의 꿈을 이루게 하는 '주문' 같은 존재였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이지만 고교생이 내놓고 개인전을 갖기는 쉽지 않다. 작업도 힘들고 비용도 만만찮다. 그런데 비용 문제가 뜻밖의 계기로 해결됐다. "지난해 우연히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삼성열린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선생님이란 그에게 사진을 처음 가르쳐준 김동수 교사를 말했다.

허 군이 처음 사진에 입문한 것은 고교 1학년 때다. "부산에 살다가 시골의 기숙학교에 들어오니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게다가 초·중학교 내내 배웠던 마술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도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손이 심심해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부모님을 졸라 사진기를 구입했다. 첫 애장품이 보급형 사진기인 니콘 D-40이었다. "그때부터 이것저것을 막 찍었습니다."

그것을 본 김 교사가 그를 자연스럽게 교내 사진반인 '세담사'(세상을 담는 사람들)로 인도했다. 그리고 같은 해 계명대 주최의 전국 고교실기대회에서 그는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모델을 촬영하는 대회였는데 구도가 훌륭하고 빛을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첫 대회에서 큰 상을 받은 만큼 슬럼프도 일찍 찾아왔다. 이후 어떤 대회에서도 입선하지 못했다. 심지어 친구들은 승승장구하는데 그는 자꾸 추락하는 느낌도 들었다. "갑자기 사진기를 만지기도 싫었어요. 겁도 나고…." 그때부터 사진 이론을 공부했다. 그것이 나름대로 회복의 발판이 됐다. 그 덕분인지 그는 올해 전국대회에서 입선을 차지했다.

이번 사진전은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다. "하루에 500~700장을 찍었습니다.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하루 종일 촬영에 매달렸지요." 그 중 25점이 도시철도 통로에 내걸렸다. "제 자신을 시험하고 싶었어요.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도시철도 통로를 전시장으로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사진은 주제처럼 시골친구의 꿈을 다뤘지만 추상화 같은 작품도 있다. "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곧 대학입시를 치른다. "사진학과에 들어갈 겁니다." 인물사진을 좋아한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인물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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