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 억제 약물치료, 성도착증엔 성공률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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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비뇨기과학회 '성범죄자 치료의 효용성' 심포지엄

성범죄자의 약물치료 효과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라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물리적 거세 역시 성범죄 재발률을 줄이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연합뉴스

하루가 멀다 하고 성범죄가 터지고 있다. 전자발찌는 이미 무용지물이 된 느낌이다. 아동 대상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부산지방비뇨기과학회(회장 정경우)가 '성범죄자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지난 11일 부산롯데호텔에서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정경우 회장은 "아동을 대상으로 반인륜적인 성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상태를 분석하고 물리적 거세와 화학적 거세의 장단점을 논의해 보기 위해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약물 치료 어디까지 효과 있나

약물을 이용한 치료로 일명 '화학적 거세'라고 한다. 화학적 거세는 아동 성 범죄자 중에서 성도착증 환자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고갈시켜 성욕을 억제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물리적인 고환 거세로도 성능력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해
절제력 · 통제력 증가시킬 수 있는 정신과적 치료 병행돼야


치료 약물로는 남성 전립선암과 여성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쓰이는 호르몬 억제제가 사용된다. 인체에 약물이 투여되면 뇌하수체에 작용해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자극하고, 고환에 있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고갈된다. 즉,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자연스레 성욕이 억제되는 원리다.

2006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가석방된 성 범죄자 가운데 약물치료를 시행한 후 재범행률이 현저히 낮아진 결과가 나타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약물치료를 실시한 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투약군은 5.1%의 재범행률을 보인 반면 투약거부군은 30.9%의 재범행률을 보였다. 그 후로 남성호르몬 차단에 효과적인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화학적 거세의 효용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화학적 치료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약물치료의 효과 자체에 대한 의문과 효과 판정의 주관성에 대한 문제다.

문두건 고려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성도착증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 성공률이 낮고,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대부분 치료 이전 상태로 재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또 약물치료 효과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고 성 범죄자의 추적 관찰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1인당 연간 치료비용도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비용을 합쳐 500만 원가량이 소요돼 부담이 크다.

# 수술을 통한 물리적 거세

물리적 거세는 남성의 고환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고환이 제거되면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서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여성화가 일어나고 성욕이 없어지며 역시 정자 생성도 안 된다. 물리적 거세는 한 번 수술만 하면 되니 비용이나 방법 면에서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한 번 시행을 하게 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문제다.

덴마크에서 연구한 결과 물리적 거세 그룹의 성 범죄 재발률은 10%, 비거세 그룹은 36%로 나타났다. 독일 연구에서는 물리적 거세 이후 성 범죄 재발률이 2.3%에 그쳤다. 이 연구에서 물리적 거세 후에 65%는 성욕이 즉시 없어졌고, 17%는 서서히 성욕이 소멸했고, 18%는 성욕이 사라지지 않았다.

동국대 의대 비뇨기과 이경섭 교수는 성 범죄자의 수술적 치료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고환 제거가 성욕을 줄이는 효과를 상당히 얻을 수는 있지만 성 능력을 완벽하게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고환제거술로는 치료 효과가 절대적이지 못하고, 성 범죄자의 정신 심리적인 변화가 없이는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술적 치료는 유럽의 여러 국가와 미국에서 현재 시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4개 주에서는 화학적 치료와 자발적인 수술적 치료가 시행 중이다. 위스콘신 등 4개 주에서는 화학적 치료만 실시되고 있으며 텍사스 주에서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 수술적 치료만 허용된다.

# 정신과적 치료의 필요성

성 범죄자의 어린 시절을 조사해 보면 대부분 어릴 적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동 성 범죄자의 절반 정도가 어린 시절 성 범죄 피해자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아동 성 범죄 가해자들이 조절력을 상실한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가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아동 성 범죄자는 평생 20~150명의 아동에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보고가 있다. 한 사람을 잡으면 아동 수십 명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처벌이 무섭다는 것을 계속 뇌에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성욕 자체에 초점을 맞춘 치료보다는 조절력, 통제력을 증가시키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도록 하는 치료를 한 후에 재범률이 줄었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군 의료전문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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