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여고 배구부 윤정혜 감독 "초보 양성 전문? 세계 휘저을 인재 키우는 감독입니다"
입력 : 2014-07-16 10:35:30 수정 : 2014-07-17 13:54:45
국가대표 출신 남성여고 배구부 윤정혜 감독(사진 왼쪽)이 부원들과 함께 전국체전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누가 그러더군요, 초보 전문 감독이라고. 호호호!"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배구부 윤정혜(49) 감독의 담금질이 열기를 더해간다. 남성여고 배구부가 오는 10월 전국체전에 부산 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전국 4강권을 넘어 결선 진출까지 넘보는 그녀의 눈빛이 결연하다.
전국체전 부산 대표 선발 '구슬땀'
부상으로 은퇴, 못다 한 배구 사랑
여고부 최장신 '대어' 문명화 양성
"완벽한 레프트 될 선수 키워낼 것"
올해 남성여고 전력의 핵은 여고부 최장신의 '대어'로 평가받는 3학년 문명화(189㎝)다. 박정아(IBK기업은행)와 양효진(현대건설) 이라는 2명의 걸출한 국가대표를 길러낸 명장의 3번째 작품이 될 선수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운동의 '운'자도 모르던 친구였는데 어머니가 배구 선수 출신인 데다 집이 식당을 했던 터라 벌써 키가 184㎝가 넘었더라고요." 당시 부산여중을 이끌고 있던 그녀는 우연히 마주친 명화에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꼭 운동을 시작하라'며 조언을 해준 뒤 헤어졌다.
그러다 상황은 바뀌었다. 2011년 부산여중을 떠나 남성여고 배구부를 맡게 되자 당장 명화부터 떠올랐던 것. "한 달을 '구애'해서 우리 학교로 데려왔습니다. 밤 9시면 집 앞을 지키고 있다가 자율학습 마치고 오는 명화 붙들고 설득했지요. 나중에는 펑펑 울면서 '당신이 뭔데 내 인생을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고 고함을 지르더군요. 그 대찬 소리를 들으니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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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감독과 고등학교 1학년의 늦은 나이에 배구를 시작해 고교 대어로 성장한 문명화 선수. 김병집 기자 bjk@ |
명화는 명화대로 밤마다 찾아오는 엄마 뻘의 윤 감독이 너무 무서웠다. "선수 생활 힘들다는 말만 들었지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거절하고 또 거절했지요. 지금요? 감독님 덕에 완전히 용 됐습니다".
윤 감독은 명화를 체육관이 아닌 병원부터 데려갔다. 운동 한 번 안 해본 거구의 여고생, 애초에 근육량 같은 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역시나 당장 발목 근력부터 강화하라는 처방이 떨어졌다. 그렇게 1년 넘게 기본기 연습과 근력 강화를 병행하며 10㎏ 넘게 감량하자 배구선수로는 이상적인 하드웨어가 완성됐다. 이쯤 되면 초보 전문 감독이라던 자기소개가 허언은 아닌 셈이다.
그녀가 '배구 원석' 수집에 열을 올리는 건 스스로 채우지 못한 갈증 탓이다. 1984년 LA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2차례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무관에 머물러야 했다. "부산 출신의 국가대표여서 나름 프라이드가 강했어요. 당시 프로 계약금 최고액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여자 배구 레프트로는 최고라고 자부했었거든요. 하지만 메달도 걸지 못했고, 무릎 부상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택해야만 했어요. 그 갈증이 남아 있는 거죠."
배구를 사랑하는 만큼 배구를 권하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운동선수 출신은 자녀가 같은 길을 걷는 걸 꺼리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쌍둥이 딸 채린, 혜린도 남성여고 배구부에서 뛰고 있다.
전국 4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팀을 꾸렸지만 여전히 갈증은 가시지 않는다. 10년간의 중등부 생활을 마치고 고등부로 지휘봉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아나 양효진 모두 훈련을 시켰지만 중학교 지도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프로에 가기 직전까지 내가 직접 다듬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군요. '구력 짧은 명화를 대형 선수로 키워냈다'던 배구계 선배들의 칭찬에도 내심 기뻤고요."
중학교 시절 윤 감독의 조련으로 연봉 퀸이 된 양효진은 매년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1천만 원의 성금을 보내온다. 그만하면 감독으로 이룰 만큼 이뤘다 싶을 테지만 그녀의 대답은 '아니오'다.
윤 감독의 마지막 욕심은 '세계 무대를 휘젓는 완벽한 레프트'라는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뤄줄 선수를 키워내 프로 무대에 내놓고 싶습니다. 전 그게 정말 하고 싶어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