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룩셈부르크와 부산 금융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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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독일, 프랑스, 벨기에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룩셈부르크는 국토 면적이 제주도의 1.5배 수준(2천586㎢)에 불과한 북서유럽의 작은 나라다. 짧은 시간 유럽을 여행하는 단체 관광객들에게는 반나절 일정으로 소화되는 평범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구 54만 명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런던, 뉴욕, 프랑크푸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국민소득 1위, 북서유럽 강소국
글로벌 금융중심 무대로 성장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 부산
개방적인 문화 등 유사점 많아

예탁결제원 부산 본사 시대
동북아 금융허브 동반자 다짐

룩셈부르크의 금융 관련 경쟁력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랭킹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중 굵직한 것만 추려 보면 1인당 국민소득 1위 (11만달러), 외국펀드 등록 1위, 해외채권발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26개국에서 150여 개 은행이 지점 또는 자회사 형태로 진출해 있고 320여 개 보험회사가 성업 중이다. 총자산 3조 유로(원화 약 4천조 원)에 달하는 4천여 개의 투자펀드가 등록되어 있고, 유럽에서 유통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의 대부분이 룩셈부르크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나아가 교통은행, 공상은행 등 중국 6대 은행 유럽본부가 자리 잡고 있어 위안화 국제화의 유럽 거점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유가증권의 발행을 비롯해 결제, 권리행사 등 증권시장의 후선업무를 총괄하는 국제적 예탁결제회사인 클리어스트림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국경 없는 자본거래시대, 세계 여러 국가와 도시들이 금융 중심지 또는 금융허브를 표방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 금융 중심지를 크게 3가지 모델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첫 번째는 금융상품거래 중심의 금융허브다. 뉴욕, 런던, 도쿄 같은 국제금융도시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도시가 전 세계 금융상품이 상장·거래되는 거래소를 중심으로 국제 간 금융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조세피난처로서의 금융허브다.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추고 외환거래나 회사법 등의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자본을 유치하는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같은 금융 관련 후선업무 중심의 금융허브가 있다. 후선업무는 은행·증권·보험거래의 청산, 결제, 기록 및 관리, IT서비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능을 말한다.

동북아 금융 중심지 후발주자로서 부산은 첫 번째 유형의 금융 중심지 모델을 추구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두 번째 금융허브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후선업무 중심의 세 번째 모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후선업무 중심의 금융 중심지 모델은 회계, 법률, IT서비스 등 단위업무별로 여타 금융산업보다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고 지식산업으로서 기여도가 크다.

부산은 룩셈부르크와 여러모로 유사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룩셈부르크가 유럽대륙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부산은 일본, 중국과 1시간 거리인 동북아시아 경제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지진,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 금융 관련 정보관리를 위한 데이터 백업센터 같은 IT센터를 유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덧붙여 부산의 개방적인 문화는 다국적인 이민자와 언어, 문화 등을 수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룩셈부르크의 클리어스트림처럼 자본시장 관련 후선업무를 총괄하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부산 본사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부산이 후선업무를 기반으로 한 국제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있어서 한국예탁결제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증권의 발행과 권리관리, 펀드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지원서비스, 글로벌투자지원서비스 등 예탁결제플랫폼을 기반으로 40여 개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증권서비스기업이다. 아시아 최초로 유로클리어나 클리어스트림 같은 국제증권예탁결제회사가 탄생한다면 바로 한국예탁결제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1월 부산국제금융센터로 본사를 이전하여 성공적인 부산정착, 부산 금융 중심지 육성 지원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부산화 추진전략과 세계 일류 종합증권서비스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2월에만 6천113억 원의 국세를 부산 수영세무서에 납부하였고 올해에는 8조 원가량을 납부할 예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차별화된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희망찬 새해의 시작과 함께 유럽 금융 강국 룩셈부르크처럼 부산이 동북아시아 금융허브로 가는 힘찬 발걸음에 한국예탁결제원이 믿음직한 동반자가 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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