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당신은, 어떤 '당신'인가요
/이진원 교열팀장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려도 내 마음은 당신 곁으로.'(조용필 '내 마음 당신 곁으로')
'당신은 누구시길래 이렇게 내 마음 깊은 거기에 찾아와….'(송창식 '사랑이야')
널리 알려진 이런 노래에 나오는 '당신'은, 실은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다. 아래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에 나온 풀이.
*당신:「대명사」
①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이 일을 한 사람이 당신이오?)
②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당신의 아내 보냄./당신, 요즘 직장에서 피곤하시죠?/당신에게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③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뭐? 당신? 누구한테 당신이야./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④'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장서를 소중히 다루셨다./아버지는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강자가 약자를 능멸하는 것을 보면 참지 못하신다.)
간추려 보면 ①·③은 사실상 그냥 '너', ②는 부부 사이에 상대를 높인 말, ④는 '자기'를 높인 말이 된다. 그러니까, '2인칭 높임말 당신'은 내외간에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표준사전에 따르면, 조용필과 송창식의 노래에 나온 '당신'은, 부부 사이가 아닐 땐 잘못된 호칭이 되는 것. 기사 제목 <'어벤져스2' 상륙 전,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이 캐릭터들>이나 <당신이 모르는 알짜배기 부동산>도 틀렸다는 얘기다. 아래 '당신'들도 마찬가지.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2007년 6월 6일, 이명박 서울시장, 현충문 방명록)
'당신의 뜻 더 커집니다.'(2013년 7월 22일, 정의당 천호선 대표,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 참배 방명록)
'당신들은 영웅입니다. 당신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셨습니다.'(2014년 7월 20일, 정홍원 국무총리, 헬기 추락 순직 소방공무원 장례식장 방명록)
이쯤 되면, 이제는 '너'를 높인 '2인칭 높임말 당신'도 인정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잘못 쓴다는 건, 사전이 받아들일 때가 됐다는 얘기이기도 한 것. 물론, 사전에 그렇게 오르기 전까지는, 저런 '당신 사용법'들은 틀린 것이지만….
한편, '3인칭 높임말 당신'은 '자기'를 높여 부른 것이라서, 아래처럼 '당신' 대신 '자기'를 써도 뜻은 통한다.
'그분은 뭐든지 (당신/자기) 고집대로 한다./아버지는 (당신/자기)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러니 아래 시에 나온 '당신'은, 적절한 말이 아닌 셈이다. 물론 2인칭이라도 마찬가지.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손택수 시 '담양에서')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