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인사] 사상 초유 21개월째 경찰청장 공백에 조직 불안감 고조
치안정감·치안감 등 28명 인사
경찰청 차장, 또 청장 직무대행
최고 지휘부 장기 부재 우려 목소리
정책 연속성·조직 장악력 ‘삐걱’
경찰총장 공백이 역대 최장을 기록하며 경찰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 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 9개월째 이어지는 경찰청장 공백이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을 앞두고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지만 경찰청장은 임명하지 않으면서 수장 공백 상황을 또다시 연장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출범으로 경찰의 수사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이어진 수장 부재가 조직 지휘와 수사체계 개편의 안정적 안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일 전국 시·도경찰청장 18명 가운데 14명을 교체하고 치안정감·치안감 등 28명의 보직을 바꾸는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경찰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임명되지 않으면서 신임 경찰청 차장이 다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경찰청장 자리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21개월째 공석이다. 조 전 청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024년 12월 탄핵소추되면서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후에도 후임 경찰청장 인선은 이뤄지지 않아 630일 째 공석이다.
장기 공백의 배경에는 조 전 청장의 탄핵심판에 따른 초기 공백을 비롯해 후임 후보군 검증과 인사 시기, 경찰청장 물망에 오르던 후보자 다수의 60세 정년과 경찰청장 임기 충돌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까지 맞물리면서 인선이 계속 늦어졌다.
경찰청 출범 이후 경찰청장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는 차장도 세 차례 교체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 최고 지휘부의 장기 부재로 주요 정책의 연속성과 조직 장악력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다.
특히 다음 달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새 청장 임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축소되면서 경찰의 수사 역할이 커지는 만큼, 변화하는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수사 조직을 지휘·조정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할 수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경찰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경찰청장 임명이 가능한 상황인데도 검찰 조직 개편 일정과 맞물려 인선을 미루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며 “최근 여러 논란으로 떨어진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를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정식 청장 임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경찰 내부의 수사와 기강을 둘러싼 논란도 수장 공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 등 부실 수사와 내부 통제 논란이 잇따르면서 조직을 책임지고 지휘할 정식 수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가 단행된 직후인 2일 정치권에서도 경찰청장 공석 장기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 공석 장기화를 규탄했다. 강명구(구미시을) 의원은 “경찰청장 장기 공석으로 각종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과 조직 쇄신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답을 내놓을 때까지 끝까지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