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연쇄 급등… 정부·기업·가계 ‘비상’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장금리·환율 동시 인상 가능성
가계 원리금 부담·소비 여력 제한 우려
기업 자금 조달 여건도 악화 전망
日 국채금리 3%…해외투자 자금 복귀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 금리와 원달러 환율 등을 동시에 끌어올리면 정부와 기업,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고 내수와 투자 회복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수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연 3%를 찍었다. 영국 30년물 금리는 1998년 이후, 독일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각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국채 수익률 지표도 전날까지 나흘 연속 상승하며 연 3.72%까지 올라 2008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채권시장에서 국채 가격이 동반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이른바 ‘국채 금리 발작’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채 금리는 다른 금융자산의 가격과 자금 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특히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와 은행채 금리도 함께 상승해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민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린다.

시장에서는 이번 국채 금리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삼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한국 국채 역시 외국인 투자 자금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만 한다. 국내 국고채 금리 상승이 은행채와 금융채 금리로 전이되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크다. 가계부채 규모가 큰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우고 소비 여력을 제한하는 요소다.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도 나빠질 수 있다.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아지는 데다 시장 불안으로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까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과 건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자금 조달이 막히거나 비용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설비투자와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져 경기 회복 발목을 잡게 된다.

아울러 환율도 부담이다.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국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고환율과 고금리가 동시에 이어지면 한국은행은 경기 부진에도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추기 어려워진다.

정부의 재정 부담 역시 커진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의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 기존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만큼 금리 상승이 장기화할수록 국가채무 이자 부담도 누적된다.

최근 글로벌 채권 매도세의 배경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거나 긴축 기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있다. 특히 일본 국채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수십 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환경이 끝나고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과 호주 등 해외 채권을 팔고 자국으로 자금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채권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고 금리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