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수상작 선정 이유
"사랑과 생명의 힘으로 구원 모색"
우리 심사위원들은 요산김정한문학상의 취지를 재확인하고 요산 문학의 비판적 정신과 인간애가 새로운 방식으로 계승·확장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 모두 개성과 미덕을 갖추고 있기에 장시간 진지하게 논의하였고, 그 결과 정찬의 '길, 저쪽'을 제32회 요산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했다.
등단 이후 지금까지 소설가 정찬은 권력의 정체에 대한 뛰어난 통찰과 함께 기계적인 사고가 품은 욕망을 해부하고, 잔인한 폭력이 횡행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구원과 치유가 가능한가를 고심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수상작 '길, 저쪽'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장편소설에서 작중 인물들은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기 몫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다. 이들의 삶을 직조하는 요소는 순도 높은 사상 그리고 순결한 사랑과 존엄한 생명이다. 사상의 순정성을 통해 작가는 진실과 존엄이 사라진 세계를 격렬하게 비판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저쪽'은 다른 세상을 꿈꾸며 온몸을 내던지는 실존의 기투를 가리킨다.
다른 한편, 이 소설에서 사랑과 생명도 온몸을 던져 추구해야 할 '저쪽'이다. 작가 정찬은 사랑과 생명이야말로 폭력적인 사고와 욕망을 이기는 가치라고 믿고, 그 힘으로 복수와 앙갚음을 뛰어넘어 치유와 구원을 모색한다. 요산 문학의 요체가 교조적 이념을 경계하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데 있듯이, '길, 저쪽'은 삶의 심연을 들여다본 작가가 '저쪽'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한 산물이다. 순결한 꿈을 지닌 인간의 위엄과 불완전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이로써 '길, 저쪽'이 후일담 소설을 넘어서게 되는 성과도 이런 고뇌에 근거한다. 수상자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심사위원 이규정(소설가)·김중하(문학평론가)·조갑상(소설가)·남송우(문학평론가)·황국명(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