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후 출소해도 범인 고작 40대… 숨이 턱턱 조여 옵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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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미수 혐의 ‘서면 무차별 폭행’
1심서 가해자 징역 12년 선고
피해자, 재범 우려 호소 엄벌 촉구
“불안·공포로 2시간마다 잠 깬다”
20년 구형 검찰 “양형 부당” 항소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일어난 당시 범행을 묘사한 일러스트. 피해자 측 제공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일어난 당시 범행을 묘사한 일러스트. 피해자 측 제공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중 30대 남성으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20대 여성(부산일보 5월 25일 자 10면 등 보도)이 1심 양형에 불안함을 호소하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A 씨는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에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에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검찰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피해자 B 씨는 “가해자는 12년 뒤 출소하게 되는데 그땐 고작 40대에 불과하다”며 “범인에게서 보이는 뻔한 결말에 피해자인 저는 숨이 턱턱 조여온다. 12년 후 감옥에서 나오면 누군가는 또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올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B 씨를 길에서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B 씨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B 씨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찼다.

B 씨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자 A 씨는 B 씨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A 씨는 다부지고 건장한 체격으로, 경호업체 직원이었다.

이후 A 씨는 정신을 잃은 B 씨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갔다. 주민의 인기척이 들리자 A 씨는 B 씨를 그 자리에 둔 채 택시를 잡아 도주했다. B 씨는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영구장애가 우려되는 오른쪽 다리의 마비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B 씨는 “의사가 기적이라 말할 정도로 다행히 다리의 마비는 풀리게 됐다”면서도 “여전히 길을 걸으며 뒤를 돌아보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2시간마다 잠에서 깬다. 치약을 샴푸로 오해하거나 방금 먹었던 약도 먹었는지 헷갈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한 번도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야 반성문에 ‘합의금을 준비해 할부로라도 갚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B 씨는 가해자가 성추행 의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가해자가 범행 이후 여자친구의 핸드폰으로 ‘서면 강간’ ‘서면 강간미수’ 등을 검색하고, 범행 이후 병원에서 환복할 때 상황을 보면 성추행 정황이 있었다”며 “기억이 없어 범행 이후 바로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지만 성추행 의도는 분명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나 살해할 고의는 없었으며 당시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자신의 폭행 행위가 피해자에게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 예견했음에도 폭행을 계속했다”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CCTV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는 등 여러 측면에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단지 자신을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뒤쫓아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B 씨는 “가해자는 프로파일러 보고서에서도 재범 위험성이 크다고 했고 사이코패스 검사에서도 높은 점수가 나왔다”며 재범의 우려를 호소했다. 피고인과 검찰이 모두 항소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편 사건 이후 B 씨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며 “이번 사건이 끝나면 모르는 사람에게 범행을 당한 피해자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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