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화물연대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만지작
“건설업 등 피해 본격화 우려”
이르면 내일자 발동 가능성
野 “교섭 앞 웬 강경 카드냐”
윤석열 대통령에게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산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지를 놓고 지난주부터 정부 관련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다양한 검토가 실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렇게 경제 불안정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이 전력을 다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건설 현장이 직접 타격을 입고 있다"며 "4대 정유사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에 의해 운행되고 있어 사태 장기화 시 주유소의 휘발유나 등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주 초부터 건설업 등 여러 산업 부문에서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민 경제에 직접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와 관련, 이 부대변인은 "집단의 힘으로 민생과 국민 경제를 직접 위협하는 데 대해 정부는 국민 안전과 편익, 국민 편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는 29일 정기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산업계 피해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발동 요건을 충족하는지 봐야 한다"며 "내일 피해 상황을 미리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특정 날짜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수를 검토하는 것은 올해 6월 화물연대 파업 때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운송거부 개시 전부터 화물연대에 '무관용'과 '손해배상'을 강조했다. 또 '업무개시명령'과 '운송면허 취소'라는 강도높은 대응책까지 언급했지만 결과는 정부가 대폭 양보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런 대응은 곧바로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화물연대 재파업이라는 악순환을 불렀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검토에 대해 "내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가 교섭에 나선다고 하는데, 강경 대응 카드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억누를 수 있다는 생각은 내려놓으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무진 면담을 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현재 안전운임제 영구화,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던 시기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할 즈음이었다"며 "지난 반년간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고 반문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사가 공존하도록 최선의 지혜를 찾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지금까지의 모습은 참 아쉽다"며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중단되도록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화물연대의 요구대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등을 확대할 것도 촉구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안전운임제를 확대해 많은 화물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고통에서 해소될 수 있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