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 거부권 건의"…간호계 거센 반발 "단체행동 수위 논의"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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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호법 재의요구(거부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간호계는 윤 대통령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법 관련 입장 발표 회견을 열고 거부권 건의를 결정한 이유를 크게 다섯가지로 설명했다. 조 장관은 "간호법은 의료 현장에서 직역 간 신뢰·협업을 깨뜨려 갈등이 확산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의료에서 간호만 분리하면 의료기관에서 간호 서비스를 충분히 받기 어렵고, 의료기관 외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와 책임 규명이 어렵게 돼 국민 권리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고령화 시대 선진화한 돌봄 체계는 직역 간 역할을 국민 수요에 맞게 재정립해 신중히 설계돼야 하나 간호법은 돌봄을 간호사만의 영역으로 만들 우려가 있어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어렵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장관은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규정이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특정 직역을 차별하며, 사회적 갈등이 큰 법안일수록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거부권 건의 사유로 들었다. 조 장관은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보건의료인들이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료 공백은 있을 수 없다. 관련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며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말했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명령을 할 수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간호협회 대표단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반대 릴레이 단식투쟁을 하는 의협 회원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호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법 공포 촉구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간호협회 대표단과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반대 릴레이 단식투쟁을 하는 의협 회원들. 연합뉴스

반면 대한간호협회는 복지부의 거부권 건의 결정에 대해 "간호법 반대단체 주장을 복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을 이끌어 갈 정부가 악의적이고 근거없는 흑색 선전에 근거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지 경악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일주일 간 협회에 등록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하고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김원일 간호협회 정책자문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과 복지부에 대해 간호사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다만 간호협회는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대한의사협회 등이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처럼 파업을 하지는 않겠다면서 "현재 단체행동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간호법 거부권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논의 대상에서 빠져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의료연대는 이날 입장문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입법 정당성이 없는 간호법에 대해서 대통령께 거부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협의 결과는 공정하고 상식적"이라며 "환영과 안도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연대는 의료인 면허취소 요건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성이 있고 의료인들이 방어적으로 행동하게 해 결과적으로 필수의료 기피를 시작으로 보건의료 시스템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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