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 백스테이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놀라움, 현대무용의 진수를 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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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DF 초청 ‘낮이 밤에 빚진 것’
프랑스 에르베쿠비무용단
아시아 초연·전막 공연 눈길
역동적 움직임 속 우아함 '감탄'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이번 공연은 우리에게도 특별합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으로는 열여덟 번째 해외 공연이고, 횟수로는 100번이 넘습니다. 저는 춤이야말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군무 위주로, 여러 명의 무용수를 무대 위에 올렸습니다. 외국인 무용수를 좋아하는 것도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을 위해 부산을 찾은 에르베쿠비무용단의 안무가 에르베 쿠비와 매니저 기욤 가브리 공동 설립자는 4일 영화의전당 1층 로비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4일 영화의전당 1층 로비에서 열린 프랑스 에르베쿠비무용단 기자 간담회.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4일 영화의전당 1층 로비에서 열린 프랑스 에르베쿠비무용단 기자 간담회.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이 공연은 부산국제무용제(BIDF)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BIDF로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막 초청 공연이기도 해서다. 지난 4일 오후 3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1시간 동안 공연되자 600여 관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흰 레깅스 위에 로인클로스(Loincloth·허리띠까지 두르는 한 장의 옷)를 입고 상반신을 탈의한 채 춤추는 12명의 남성 댄서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놀랍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건강한 신체의 남성 무용수들이 구르고, 뛰고, 나는 듯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이중적 표현의 실체가 궁금할 정도였다.

기자 간담회에서 쿠비 안무가에게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고난도 동작을 구사하는데도 우아한 모습을 잃지 않는 게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그러자 쿠비는 “항상 무용수한테 네 안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동작과 동작 간에 박자를 제시하지 않고, 상대의 몸을 관찰하고 호흡을 들으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무용수들이 간간이 내뱉는 구호 같은 호흡이 사운드트랙처럼 여겨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작품이 처음 공연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1년을 거슬러 올라간 2012년이지만, 2009년 알제리 여행이 모티브가 됐다. ‘에르베 쿠비’는 전형적인 프랑스 이름이지만, 스물다섯 살 때 알제리 혈통인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혼란은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나선 알제리 여행에서 알제리 무용수들을 만나 작품을 만들게 됐다.

제목 ‘낮이 밤에 빚진 것’은 알제리 출신의 소설가 야스미나 카드라의 동명 소설 <낮이 밤에 빚진 것>에서 따왔다. 작품 제목이 너무 좋아서 작가한테 졸랐고, 마침내 허락받으면서 그 사람과도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무용 작품은 소설을 그대로 옮긴 건 아니고, 소설 분위기만 가져왔다. 쿠비는 “낮과 밤, 두 개가 외양으로는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연결돼 있다”면서 “두 개의 몸짓, 두 개의 음악, 그것이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에르베쿠비무용단의 '낮이 밤에 빚진 것' 공연 장면.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공연을 보고 나서 부산무용협회 김갑용 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컨템포러리댄스(장르상 현대 무용이면서도 현대 무용의 획일화된 안무 스타일을 벗어나는 혁신적인 현대 무용 스타일)’ 모습이었다”며 감탄했다. 국립무용단 김종덕 예술감독은 “저러니까 세계적인 단체가 되는 거구나”라며 “삶의 절박함에서 나오는 듯한 알제리 출신 무용수들의 간절함과 무용수들 사이 절묘한 호흡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특별 초청한 BIDF 신은주 운영위원장은 “캐나다 퀘백에서 이 작품 정보를 접했는데 아시아 초연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도 “부산국제무용제를 맡고 있어서 초청할 수 있었고, 정보와 네트워크, 플랫폼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쿠비도 “함께 살아가는 것은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며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 역시 무용가라면 누구나 가지는 마음이기에 이런 특별한 기회를 준 BIDF에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한편 쿠비 안무가는 약학박사 출신으로 1999년 에르베쿠비무용단을 만들었으며, 2010년부터 북아프리카 출신의 남성 스트리트 댄서 그룹과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현재는 13개국 30여 명의 단원이 5개 작품을 동시에 공연 중이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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