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흔적 지우는 ‘디지털 지우개’ 한 달여 만에 2700건 신청 [MZ 편집국]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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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잊힐 권리 공공 사업 인기
당사자 게시글 삭제 등 요구 가능
사설 업체 삭제 의뢰 50% 10대
알 권리 충돌 소지도… 논의 필요

온라인에 흔적 남기기를 꺼리는 젊은 세대의 잊힐 권리 보장 요구가 커지자 온라인상 개인정보 삭제를 돕는 ‘지우개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한 달여 만에 3000건에 가까운 신청이 빗발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4월 24일 개시한 ‘지우개 서비스’ 신청이 이달 초 2700건에 달한다고 15일 밝혔다. 지우개 서비스는 디지털 세대인 만 24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온라인 게시물의 삭제나 접근 중지 조치를 돕는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이다.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해온 젊은 세대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많이 누적되지만 개인정보 삭제나 처리 정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으론 당사자가 게시한 글에만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며 “내 개인정보가 포함된 다른 사람의 게시글에 대한 조치는 타인의 알 권리 등 법익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온라인 개인정보 삭제는 그동안 사설 업체인 디지털 장의사가 도맡아왔다. 국내 1호 디지털 장의사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김호진(53) 대표는 최근 성범죄 피해자 게시물 삭제, 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삭제에 공공이 나서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 삭제를 문의하는 청소년에게 삭제 비용 대신 A4 용지 3장 분량의 반성문과 봉사시간 20시간을 채워오라고 요구한다. 청소년이 앞으로도 경각심을 갖고 인터넷을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연 3000건가량 들어오는 삭제 요청자 중 40~50%가 10대다.

2008년께 처음 디지털 장의사로 나섰을 땐 악성댓글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인터넷 이용이 많아지면서 어린 시절 사용하던 계정의 비밀번호를 분실했는데, 그 계정의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이때 해당 계정의 소유자가 본인이라는 걸 포털에 입증하는 과정에서 어릴 적 모습과 외모가 많이 달라지면 본인 인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김 대표는 개인적인 영역에서의 잊힐 권리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회사 홈페이지에 '망각의 본능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김 대표는 “상황에 따라 사람의 생각은 계속해서 달라지고 과거 경험은 망각되는 게 당연하지만, 온라인 공간에는 남아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그 간극을 좁히는 역할”이라며 "그동안 청소년에게 무료로 삭제를 지원하며 물리적 부담이 컸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서비스를 도입한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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