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장천 폭우 참변, 출입 통제기준 부재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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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하천변 원시적 인명 사고 충격적
본격 장마철 안전 관리 시스템 강화를

경찰과 소방 인력이 12일 학장천에서 전날 폭우에 휩쓸려 실종된 시민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경찰과 소방 인력이 12일 학장천에서 전날 폭우에 휩쓸려 실종된 시민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1일 인명 피해를 낸 부산 학장천 범람 사고는 산책로 진출입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일어난 참변이었다. 당시 학장천은 수위가 불과 30분 만에 1m 높이에 도달할 정도로 순식간에 쏟아지는 폭우의 기습을 받아 그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다. ‘수위’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진출입 통제가 신속하지 못했고, 결국 3명이 떠내려가 그중 1명이 실종되는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학장천은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서부산권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이다. 한때의 폭우로 산책로 이용객의 생명까지 위협받았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다. 하마터면 더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음을 생각하면 부산시민은 또 다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다.

이날 학장천 산책로 출입 통제는 사고가 일어난 지 20분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에 있는 수위 관측기는 단순한 데이터 축적용이라서 신속한 통제 조치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통제가 시작된 시각에 측정한 학장천 학장교 지점의 수위는 2.13m로 성인의 키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부산 도심의 다른 하천의 통제 수위는 온천천의 경우 금정구 지역은 0.75~1.2m, 동래구는 1.43~2.36m로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지역 하천변을 통제하는 기준이 아예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학장천 범람으로 인한 인명 사고의 핵심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수해 대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올해 5월에는 ‘인명 피해 제로’를 목표로 한 여름철 재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강우량, 하천 수위, 침수 예상도, 도로통제 정보, 재난감시 CCTV 등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도 그때 가동됐다. 그럼에도 이번 학장천 사고는 총체적 관리 체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구멍’이 있음을 증명한다. 도심 하천의 경우 출입 통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게 급선무다. 현재 하천변 진출입 원격 통제가 가능한 곳은 금정구가 유일한데, 다른 지역에도 신속한 출입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전국적으로 13일부터 18일까지 ‘진짜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산에도 많은 비가 내려 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이 요구된다. 학장천 사례에서 보았듯 아무리 잘 꾸며진 도심 하천이라도 단 한 번의 자연 재난에 큰 인명 피해를 겪을 수 있다. 도심 하천은 많은 시민이 애용하는 공공장소다.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각종 수해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부산시민은 여름철만 다가오면 늘 불안하다. 부산시와 기초지자체, 방재 당국이 긴밀하게 손발을 맞춰 선제적 대비와 안전 점검에 한 치 빈틈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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