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선물, 같은 값이면 과일보다 한우 세트
사과·배 작황 부진에 가격 급등
과일 선물 세트 매출 뚝 떨어져
한우 사육 늘면서 가격 안정화
마트·백화점서 한우 세트 ‘불티’
명절 선물 중고거래 새 풍속도
올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우 선물 세트가 불티나게 팔린다. 사과와 배 등 일부 과일은 여름철 폭염과 폭우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올랐지만, 소고기는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져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은다.
25일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선물용 냉장 한우 세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16% 뛰었다. 냉장 한우를 포함한 정육 세트 전체 매출도 11% 증가했다. 소고기 공급량이 늘어나 선물 세트에 가격 하락이 반영되며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한우 구매에 더 쉽게 지갑을 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마트는 30만 원대 ‘조선호텔 경주천년한우등심세트’와 10만 원대 ‘피코크 한우 혼합 1호’를 지난해보다 각각 9%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등 한우 세트 가격을 낮췄다.
이에 이마트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한 사전 예약 기간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1.2% 증가했다. 추석은 물론 역대 명절 사전 예약 판매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0만 원대 선물 세트 매출이 62.9% 증가하며 매출을 견인했다. 이 중에서도 10만 원대 한우 세트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 이마트는 시세 하락을 반영해 한우 세트 가격을 5년 만에 인하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한우 선물 세트의 인기가 높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곳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된 사전 예약 기간 한우 선물 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2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한우 선물 세트는 19만 원부터 94만 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는데 프리미엄인 30만 원대 한우 세트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관계자는 “홍삼 등 건강과 관련된 제품을 제외하고는 한우가 명절 선물 세트 중에 가장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한우 선물 세트 매출도 지난해보다 34.2% 올랐다. 현대백화점의 등심, 안심, 채끝 등 구이용 한우로 구성된 세트 매출도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차례상 비용 중 큰 몫을 차지하는 소고기 가격은 최근 내렸다. 올해 한우 사육 마릿수가 늘면서 가격이 안정화된 영향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소고기 우둔살 1.8kg 가가격은 전통시장 7만 5508원, 대형마트 8만 1884원으로 각각 11.2%, 16% 떨어졌다. 소기가 양지 가격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각각 10.6%, 7.9% 하락했다.
반면 태풍 등 기후 영향으로 사과 등 일부 과일의 가격은 껑충 뛰었다. 지난 20일 기준 대형마트 34곳에서 배 가격은 5개에 평균 1만 6283원으로 지난해 추석 열흘 전 시기에 비교해 32.4% 올랐다. 전통시장 16곳에서도 배 5개 평균 가격은 1만 7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4.5% 비쌌다. 사과 5개의 경우는 대형마트에서 1만 7580원으로 지난해보다 19% 올랐다. 사과와 배의 가격 상승은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폭우 등의 기후 영향으로 공급량이 감소한 탓이다.
이마트는 대표적인 명절 선물 과일인 사과 도매시세가 지난해보다 40% 정도 높아져 사과 선물 세트 가격도 20%가량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12% 정도 줄었다. 배의 경우 가격을 동결한 상품이 인기를 얻으며 13% 정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추석을 앞두고 중고 거래 앱에서 선물 받은 선물 세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명절테크’가 인기를 끈다. 실제로 중고 거래 앱 ‘당근’에서 선물 세트를 검색하면, ‘쿠팡에서 7만 9900원에 판매 중인 과일 선물 세트를 4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고급 과일 선물 세트의 경우, 알맹이를 빼고 겉 포장을 1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