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폐교 225곳… 75곳은 활용 못 해 잡초만 무성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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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없어 문 닫은 후 방치 골머리
전남 이어 두 번째로 많아 ‘낙제점’
대부·매각 등 경제성 저조 주원인
위험·안전사고 노출 우려 목소리
교육청·지자체에 대책 마련 촉구

경남 도내 폐교 225곳 중 75곳이 다른 시설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방치된 통영시의 초등학교 전경. 경남도교육청 제공 경남 도내 폐교 225곳 중 75곳이 다른 시설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 방치된 통영시의 초등학교 전경. 경남도교육청 제공

“이대로 묵혀 두기엔 너무 아깝죠. 마음은 꿀떡같은데, 그렇다고 주민 스스로 뭔가를 해 볼 형편도 안 되니 갑갑할 뿐입니다.”

경남 통영시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로 40여 분. 한산면 비진도 북쪽 끝 내항마을에 닿는다. 50여 가구, 70여 주민이 모여 사는 작고 평범한 어촌 마을이다. 선창에서 산자락을 향해 난 비좁은 골목을 따라 300m를 오르면 마을에서 가장 넓고 편평한 땅이 나온다. 옛 한산초등학교 비진분교장이다. 주민들이 희사한 부지에 1937년 9월 개교했다.

추형윤 이장은 “교실(건물)이랑 운동장 합치면 2700평이 넘는다. 당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섬에서) 제일 좋은 땅을 기꺼이 내줬었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학생 수가 급감했고 2012년 결국 문 닫았다. 이후 10년 넘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이 나서 활용 방안을 고민했지만, 제약도 많고 경비도 너무 부담스러워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추 이장은 “식당이든 펜션이든 뭐든 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부지 매입하고 리모델링까지 하려면 최소 1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교육청에선 임대해서 사용하라지만 주민들만으로 역부족”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청도 공공시설 유치나 대부 등을 추진했지만 섬이라는 특성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처럼 폐교된 이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된 학교가 통영에만 10곳에 달한다. 통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생과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비수도권의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경남에는 폐교 3곳 중 1곳이 다른 시설로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


사천시의 초등학교 전경. 경남도교육청 제공 사천시의 초등학교 전경. 경남도교육청 제공

26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폐교는 225곳으로 이 가운데 150곳은 대부(임대) 94곳, 자체활용 56곳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75곳은 ‘미활용 폐교’로 방치된 실정이다. 전체 225곳의 33.3%, 즉 3곳 중 1곳이 방치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비교해보면 전남이 폐교 181곳 중 절반에 가까운 83곳(45.9%)이 미활용 폐교로 남아 있다. 그 다음 경남이 33.3%로 집계돼 전국 두 번째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충남이 폐교 55곳 중 18곳(32.7%)이 미활용되고 있다. 통영을 비롯한 경남 남해안에 위치한 하동군(8곳), 고성군(8곳), 남해군(6곳), 거제시(5곳) 등도 상대적으로 폐교가 많은 실정이다. 반면, 대도시 인근인 양산시와 밀양시에는 미활용 폐교가 한 곳도 없다. 특히 양산은 대도시인 부산과 울산의 중간에 위치해 폐교의 자산 활용가치가 높아 대부나 매각 등의 수요가 높다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섬이 많은 해안지역 폐교는 접근성이 떨어져 활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주민과 지자체 등과 협의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시도 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미 매각한 곳을 제외하고 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폐교는 전국에 1335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활용 폐교’는 358곳으로, 전체 보유 중인 폐교의 26.8%에 달했다. 서울은 보유 폐교가 3곳으로 숫자는 적지만, 모두 미활용인 상태다. 이들 미활용 폐교의 가치(공시지가 기준 대장가액)는 모두 3681억 원에 달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1542억 원)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전남(660억 원)·경북(330억 원)·경남(292억 원)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제대로 된 활용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각 교육청의 ‘대장가격 상위 5개 미활용 폐교 활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총 60곳 폐교 가운데 활용 계획 수립이 완료된 곳은 8곳에 불과했다. 도 의원은 “미활용 폐교는 사실상 방치된 채 각종 위험과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교육·복지·문화시설 등 주민 친화적인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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