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기·월동 겹친 멧돼지, 시내 곳곳 주의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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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42.2% 가을철 포획돼
월동 전 먹이 찾아 도심 출몰
공격 성향 짙어 주의 기울여야
지자체, 기동포획단 운영 분주

유해조수 포획단이 부산 사하구 신평동 동매산 기슭에서 멧돼지를 수색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유해조수 포획단이 부산 사하구 신평동 동매산 기슭에서 멧돼지를 수색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 추석 연휴에 멧돼지가 부산 지역에 잇따라 출몰하면서, ‘가을 멧돼지’ 비상이 걸렸다. 멧돼지가 가을부터 겨울로 넘어가는 10~12월 집중적으로 출몰하고 있는데 짝짓기, 월동 등의 요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5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3년 동안 부산에서만 220건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이 중 42.2%인 93건이 가을철인 10~12월에 잡혔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잇달아 멧돼지가 출몰한 것도 ‘가을 멧돼지’ 출몰의 전조 증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동구 범일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출몰해 사살됐다. 이틀 뒤인 지난 1일에는 금정구 부곡동의 한 아파트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두 멧돼지 모두 몸무게가 100kg가량 나가는 성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을철 멧돼지가 시내에 출몰하는 이유는 이유는 짝짓기, 월동 대비 등으로 이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통상 멧돼지는 11~1월 시기에 짝짓기 시기를 맞는다. 또 월동에 앞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비축해야한다. 이 때문에 먹이를 찾기 위한 이동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특히 먹이가 부족해질 경우 비교적 먹이가 풍부한 시내 지역까지 내려오는 빈도가 늘어난다.

소방본부는 짝짓기 시기에 접어든 멧돼지의 경우 공격 성향이 짙기 때문에 시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멧돼지를 마주쳤을 때 최대한 침착하게 뒷걸음질로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멧돼지는 시력이 안 좋아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에 질려 몸을 돌려 도망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멧돼지의 최대 속력은 시속 50km에 육박한다. 2009년 세계적인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가 100m 달리기 신기록을 작성했을 때 속도가 평균 시속 37km였던 점에서 사실상 사람이 멧돼지보다 빠르게 도망치기는 불가능하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가까운 시설물 뒤나 멧돼지가 쉽게 올라올 수 없는 담벼락 같은 높은 곳에 안전하게 대피하고 112, 119 등에 신고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가을철 멧돼지 출몰이 잦아지면서 지자체도 ‘멧돼지와의 전쟁’ 채비에 나섰다. 부산시는 유해조수 기동포획단을 연중 운영하며 멧돼지 포획에 나서고 있다. 포획단에는 포획 허가증을 받은 총 17명의 엽사가 소속돼 있다. 이들은 신고가 접수된 현장에 출동하거나 평상시에도 야산에 서식하는 멧돼지를 포획하러 나선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멧돼지 집중 포획 지역으로 설정돼 있다”며 “10~12월에 특히 멧돼지 신고가 많이 접수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멧돼지를 포획해 시민 안전과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빈틈없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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