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재정난 심화… 국내도 ‘조세 리스제’ 도입을” [제17회 세계해양포럼]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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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금융 세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자금난
은행 대출 제한·큰 업체에만 집중
탄소 규제로 투입 비용은 더 증가
기존 선박 친환경 개조 대출 인색
“재원 조달 방식 다변화할 시점”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해양금융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WOF사무국 제공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해양금융 세션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WOF사무국 제공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해운 분야의 탄소 규제가 늘면서 선사의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융 자본은 부족하다.

25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의 해양금융 세션에서는 ‘미래 해양금융을 위한 도전’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해양금융 발전을 위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해운금융은 장기불황 등으로 현재 정책금융기관 위주로 지원되고 있으며, 민간 투자자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해운 분야의 탈탄소 과제로 선박 개조 또는 신조 비용은 더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프랑스와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조세 리스(Tax Lease) 제도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은행들이 선박금융을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운 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침체로 재정적인 부진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 부채의 공급이 제한되고 있고, 자본이 큰 회사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도 해운 시장의 악재로 꼽았다. 제르브란트 브로이곱 싱가포르 ING은행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는 “해운 분야는 고금리의 장기적 지속과 각종 제재, 조세 위험, 금융범죄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탄소 규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다양한 재원 조달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전기환 한국해양진흥공사 HMM경영지원단장도 “글로벌 상위 50대 선박금융 규모를 보면 2015년 정점을 찍은 후 점점 감소하고 있다”라며 “한국의 경우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상업은행이 선박금융을 크게 이탈하고 있다. 투자자들을 유인할 방법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진단했다.

■탈탄소 지원 ‘지속 가능’ 금융상품 절실

특히 탄소 규제는 선주들에게 큰 비용으로 작용한다. 선박금융은 침체됐는데, 필요한 돈은 더 늘어나는 상황인 셈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08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에 20%, 2040년에는 70% 줄여야 한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마크 텡 홍콩 크레딧에그리꼴 아시아 책임자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가량이 해운 분야에서 나온다. 수치로 보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나라가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숫자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업계는 친환경 연료로 운항하는 선박을 만들거나 기존의 선박을 개조해야 하는 처지다.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앞으로 어떤 선박금융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업계의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크 텡 책임자는 “지금도 지속 가능성과 연계된 대출이 있지만, 주로 선박 선조에 집중돼 있고, 개조에는 상대적으로 적다”며 “추진체나 프로펠러 등 친환경으로 개조되는 부품마다 담보 방법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중소선박회사 같은 경우 신조보다는 개조를 할 수밖에 없는데 지속 가능한 금융상품이 개조 부문에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조세리스제 도입도 한 방법

선박금융 활성화를 위해 프랑스와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조세 리스제를 한국식으로 개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의 선박금융은 중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투자와 대비해 정체된 상황이다.

조세 리스제는 리스 기간 초기에 선박에 대한 고속 감가상각을 통해 대규모 감가상각비(비용)를 발생시켜 세제 혜택을 받고, 이렇게 받은 세제 혜택의 상당 부분을 선사에게 이전해 선사의 선박 구매 비용 부담을 낮춰주는 선박 리스 금융 기법의 하나이다.

전기환 단장은 “한국형 조세 리스 제도를 도입하면 세제 혜택을 선사에게도 배분해 선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게 할 수 있다”며 “선사와 투자자 모두 선박 발주와 투자의 필요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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