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부산-양산 통합으로 ‘북부산 시대’ 열리나?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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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속도를 내면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부산과 양산·김해시의 통합 등 외연 확대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이 김포를 필두로 여타 주변 도시까지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하는 것과 유사한 틀로 부산을 허브로 하는 ‘메가시티 부산’ 구상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광역교통망이 발전하고, 인구가 인근 도시로 분산되면서 부산과 경남 일대 도시의 ‘연담화 현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행정체계 개편으로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도시 연담화는 도시가 생성, 발전, 확장되면서 주변 도시와 기능적으로 결합되는 과정을 지칭한다.


■14년 전 부산, 서부산이 미래

2009년 4월 1일이었다. 부산일보 편집국 산행 취재팀이 기획 연재물 ‘산&산’ 200회 기념으로 당시 허남식 시장을 부산 시민 대표 격으로 동반 산행자로 초청했다. 허 시장이 직접 선택한 산행지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연대봉(해발 459.4m)이었다. 부산시청 출입기자였던 기자도 동행했다. 허 시장은 “왜 가덕도 연대봉을 선택하셨나”라는 질문에 “‘부산의 미래’ 서부산권을 두루 잘 굽어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2009년, 지금부터 14년 전 서부산권은 부산의 미래였다. 2023년, 가덕신공항 본격 착공이 결정되고, 강서 에코델타시티가 개발되고 있는 서부산권은 부산의 현재다. 지난 30년간 바다를 끼고 동서축으로 끊임없이 확장했던 부산의 전략적 결과이기도 하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발전은 동서축 확장의 역사

부산은 1978년 경남 김해군 대저읍, 명지면, 가락면을, 1989년 경남 김해군 가락면, 녹산면, 의창군 천가면을 편입하면서 서부산으로 발을 뻗었다. 1995년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개칭한 부산은 그해 3월 경남 양산군의 기장읍, 장안읍, 정관면, 일광면, 철마면을 부산으로 편입했다. 서부산에 이어 동부산으로 확장한 역사였다. 바다를 끼고 서쪽과 동쪽으로 뻗었던 부산의 시역 확장은 거기서 멈췄다.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5대혁신클러스터 신산업 지도’에서도 동부산(방사선·전력반도체·이차전지)~센텀 수영강벨트(정보통신·센서·로봇)~서면·부산역(스타트업)~북항·영도(해양·위성·수산)~서부산 낙동강벨트(사상·장림·강서)로 동서축으로만 계획돼 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조감도(광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가덕도신공항 건설 조감도(광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가덕신공항 개항으로 북부산 확장 전략 마련 시급

2029년 가덕신공항이 개항되면 공항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단지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24시간 공항과 항만·철도, 지역의 대학과 연구 인프라, 원자력 발전소의 풍부한 전기와 용수, 전통 제조업 기반의 부울경에서 이차전지와 반도체, 배터리, 세계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후산업단지와 필수 인력을 담을 도시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동서축으로만 발전해 온 부산으로서는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과 자원, 용지가 부족한 실정이다. 과거 기피 산업의 이전 차원이 아닌, 테슬라 기가 팩토리 정도의 대형 첨단 공장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산 등 주변 도시의 부산 편입이 거론될 수 있다. 그 중심에 가덕신공항 개항이란 폭발적인 인프라가 놓여 있다.

양산은 물론이고 경남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조심스럽다고 전제한 도시 전문가 C씨는 “북부산~양산 일대 내륙산업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4차산업과 미래 성장동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신도시가 발전한 양산의 경우 공항 및 항만,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인구 및 지리적 강점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지역 대학에서 배출되는 고급인력이 대거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양산 통합 등을 통한 북부산권역 개발로 신공항과 배후첨단산업단지에 대기업이 속속 들어올 경우 청년 인재를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학계 등 민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이다. 경남 양산의 제조업체 K 대표는 “부산~양산이 통합될 경우 양산 기업 입장에서는 부산의 인력풀 활용은 물론이고, 대학과 금융, 3차서비스 등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K 대표는 “배터리나 반도체, 전기차 등 대기업의 첨단공장이 들어서야 그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시 전문가들은 “서부산, 동부산 시대에 이어 2030월드엑스포 개최까지 하게 되면, 부산이 북부산 시대를 열어야 한다”면서 “양산~노포, 양산~화명 축으로 시역을 통합해 메가시티 부산이 메가시티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 성장의 두 축으로 기여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양산선 노선도 양산선 노선도

■부산~양산 도시 연담화 현상 이미 진행

부산, 김해, 양산 3개 도시는 행정구역이 다르지만 실제로는 한 경제생활권이라 할 수 있는 광역권의 도시공간이다. 반경 30㎞ 내의 실질적인 한 도시 공간에 있는 이 도시들은 고속도로와 경전철, 지하철, 철도 등의 대중교통이 구축되어 있다. 부산~양산은 최근 사송신도시 건설로 서로 공간적 기능적으로 연결되는 ‘도시 연담화’가 진행된 상태다.

2008년에 부산 지하철 2호선 호포~양산 구간(양산선) 개통으로 부산 북구 덕천역에서 화명에 이어 양산시 호포역~증산~부산대 양산캠퍼스~남양산-양산으로 연결돼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도 부산 노포역에서 사송신도시를 통과해, 내송-양산시청-종합운동장-신기-북정동까지 11.43km를 연결하는 확장 공사가 진행돼 늦어도 2026년 개통될 예정이다.

경부고속도로 부산 요금소를 양산으로 옮기는 논의도 들끓고 있다. 대략 하루 5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양산~부산의 출퇴근 인원이 도시 통합의 원동력이라는 논리다. 또한, 부산 노포동에서 출발해 경남 양산시 월평~웅상을 거쳐 울산 KTX역에 이르는 총길이 48.8km의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사업’이 완료되면 노포동에서 웅상까지 10분대, 울산 신복로터리까지 30분대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 1단계 전경. 김태권 기자 ktg660@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 1단계 전경. 김태권 기자 ktg660@

■통합 논의의 역사

국민의힘이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하는 이른바 ‘메트로폴리탄 서울’ 구상을 발표하자 지역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경남 한 자치단체 고위 관계자는 “(김포 서울 편입이 선례가 되면)경남은 김해와 양산이 갑자기 부산으로 가겠다고 할 수도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부산으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김포 등의 서울 편입은) 아직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만큼 특별한 견해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서는 표정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계획에 참여했던 도시계획 전문가 B씨는 “국민의힘에서 서울과 김포 통합 논의를 시작한 기회에 부산도 양산 등 주변 도시와의 통합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 등의 부산 편입론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행정통합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당론이었다. 실제로 부울경 지역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다.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정병문 양산시장 후보는 동남광역권경제통합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미 부산~양산은 현실적인 단일 생활권이지만 행정권역의 분리로 인해 오히려 지역 간 소모적인 대립 소지마저 있어 왔다”며 “부산-김해-양산을 잇는 광역경제통합권 설립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의 역할 분담과 상호연계를 통한 지역 간 입지 문제 공동대응 △고속도로 부산요금소의 양산 이전 △부산-양산 간 지하철 연장 △부산 외곽과 김해, 양산을 잇는 광역순환교통망의 조기 개통을 추진하겠다고 서약했다.

부산연구원 강성권 박사는 2009년 ‘부산광역권 및 자치구역의 조정 방향’ 연구논문에서 “부산이 지역 경쟁력 확보와 자립적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광역적 차원에서 경남 양산·김해·진해 등 인접도시 중심으로 행정구역을 재조정해야 한다”라고 행정구역 개편안을 제시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K 씨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통합이나 양산·김해의 부산 편입 논의는 금기시됐다”면서 “메가시티가 좌초된 상황에서 김포 등 서울 편입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양산과 김해의 부산 편입 문제가 재부상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2021년 9월 3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위원회 출범식’ 장면. 연합뉴스 2021년 9월 3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린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위원회 출범식’ 장면. 연합뉴스

■주민의 선택에 달려 있어

김포-서울 편입 논의 과정에서 지역에서도 관련 논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 당장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양산 지역 총선 출마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부산~양산 통합에 대한 지역 민심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양산의 정치권 사정에 밝은 C씨는 “결국 총선에서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물론 양산 등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주민에게 달렸다. 부산시는 양산 등 주변 도시의 요구가 있으면, 추후 검토할 수 있다는 관망적인 상황이다.

인근 도시를 부산으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경남·양산시·부산시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다만 기초광역 의회에서 반대하더라도 행정안전부에 건의는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관련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진행할 경우 부산시와 경남 가운데 어느 한 광역단체가 반대하더라도 기초지자체의 의지만으로도 부산 편입이 가능하다.

이런 구상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행정구역에 따른 이해관계와 행정 이기주의에 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끝날 가능성도 높다. 지역별로 주민 이해관계도 다르고, 자칫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철 이슈에 그치고 사회적 자원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 간 갈등만 고조시킬 우려도 높다.


■‘메가시티 부산’ 통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성장해야

한국은 물론이고 선진국 대다수가 거대도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인구 감소와 유출로 지역 소멸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동남권 허브를 통한 메가시티 형성이 절실하다. 통합이 진행되면 부산 340만 명과 양산 35만 명을 합쳐 인구 400만 명에 육박하는 메가시티로 거듭나 글로벌 경제 경쟁 체제의 한 블록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배후산업단지에 글로벌 기업의 첨단산업이 들어서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지역 청년 정착은 물론이고, 국내외 인재까지 추가로 유입될 수 있다. 이제 선택은 정치권과 지역의 논의에 달렸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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