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사표 전 거제시보건소장 “사퇴 이유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치매 치료제 처방 아닌 ‘인사권’ 문제 주장
지시 불이행, 항명 직원 인사 조치 요구
시 “인사권은 임용권자인 시장에게” 거부
인사위, 직위해제 의결·행정과 출근 명령
직원 “거제시민 연구대상으로 생각” 반박

부산일보DB 부산일보DB

속보=임용 4개월 만에 직위해제 돼 자진사퇴한 경남 거제시보건소장(부산일보 11월 8일 자 10면 보도) 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 보건소장 A 씨는 부산일보 보도 이후 논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자 취재진 이메일을 통해 구체적인 사퇴 배경을 밝혔다. A 씨가 지목한 결정적 이유는 치매 치료제 갈등이 아닌 ‘인사권’이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7월 임용 이후 내부 직원들이 업무 지시에 불응하거나 항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예로 최근 치매센터 협력의사 재계약 관련 결재가 올라왔다. A 씨는 해당 의사가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치매 약물을 복용토록 해 시민 건강에 해로운 결과를 냈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실무자와 간부들은 소장을 배제한 채 시장 결재를 득해 협력의를 채용했다. 치매센터 한 팀장은 약사법에 따라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을 약사가 없는데도 수의계약으로 구매해 무료로 배포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 해당 약품을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상한가 대비 98.5%에 단가 계약했다는 것이다.

이에 A 씨는 당사자들에게 징계를 통보하고 시에 인사 조처를 요구했다. 보건소 직무 규치에 명시된 ‘보건소장은 인사에 관한 업무를 관장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시는 인사권은 임용권자인 시장에게 있다며 거부했다. 그리곤 소장에 대한 내부자 투서가 있다며 되레 자신을 조사하려 했다는 게 A 씨 주장이다.

거제시보건소. 부산일보DB 거제시보건소. 부산일보DB

결국 지난 2일 부시장 주재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A 씨는 직위해제됐다. 이후 소장실 출입 통제와 행정과 출근 명령을 통보받은 A 씨는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의사이자 난치병 전문가, 학자로서 조금도 사심 없이 지역보건법 지방자치법을 준수하며 의학과 과학의 원칙대로 진료했다”면서 “인사상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바로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반면 보건소 직원들 생각은 다르다. 한 직원은 “애초 (치매)연구하기 좋은 곳이라 왔다며 치매연구에만 몰두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다른 행정업무는 하지 않으려 했고 직원에게 반말이나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업무시간에 음악 감상 등 상식적으로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A 씨 해명 글에 “지난 여름 폭우와 강풍이 불 때 다른 국소장처럼 한 번이라도 비상근무를 해보셨는지. 아니면 직원들 고생한다고 격려라도 한번 해보셨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원칙에 어긋나는 지시에 힘들어했던 직원들, 새벽 3시에 카톡을 보내 직원을 응급실에 가게 한 거 기억하나”며 “인사권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협박하고 남용하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